부산 수영구 남천2구역(옛 삼익타워) 재개발 사업 당시 용역 업체로부터 뇌물을 챙기는 한편 정비업체 측에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하게 시킨 조합장(국제신문 지난 6월 9일 자 11면 보도)에게 중형이 떨어졌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조합장 A 씨에게 징역 5년, 벌금 1억50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무등록 정비업자 B 씨는 징역 8개월에 처해졌다.

판결문을 보면 A 씨는 2022년 2월 한 친환경 페인트 업자에게 아들 유학 자금 명목의 금품을 요구했다. 그 대가로 재개발 현장의 페인트 시공을 맡기겠다고 했다. A 씨는 제안 당일 업자로부터 1000만 원을 받는 등 5차례에 걸쳐 4310만 원을 현금으로 수수했다. 같은 해 7월 그는 근처 한 교회의 사택으로 분양된 호실에 무료로 페인트를 시공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또 A 씨는 2022년 3월 무등록 업자인 B 씨에게 “정비사업 전문관리 용역업체로 들어와라. 제게 얼마를 좀 챙겨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A 씨가 조합장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하던 조합원들을 두고 대처 방안을 상의하던 사이였다. B 씨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머잖아 같은 해 5월부터 A 씨는 사문서위조 등 여러 사건으로 고소·고발돼 수사받게 됐다. 그는 B 씨에게 변호사를 알아봐 달라고 요구한 뒤, B 씨 소개로 부산의 한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A 씨는 6건의 형사 사건에 관한 착수금 3000만 원과 성공보수 6000만 원을 지급하는 변호인 선임 계약을 맺었다.

A 씨는 B 씨에게 변호사 비용 지급을 요구했다. B 씨는 그에게 착수금 중 2000만 원을 대신 주겠다고 약속했고, A 씨는 그 대가로 정비업체 입찰지침서 초안을 B 씨에게 보냈다. B 씨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입찰 지침을 바꾸기도 했다. A 씨는 변호인에게 성공보수를 줘야 할 상황이 되자 이 역시 B 씨에게 대납할 것을 요구해 약속받았다.

재판부는 “A 씨는 조합장으로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함에도 B 씨로부터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하고 조합의 정비업체 입찰과 관련해 입찰을 방해한 바, 이로 인해 조합장 직무의 불가매수성 및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