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구원, 원도심 303명 대상 조사
- 57% “등하굣길 불법 주정차 차 많다”
- 70% “보행공간 부족… 차도·인도 혼재”
- 자녀 교통사고 당할 확률, 북구의 3배
- 아동인구 유입 적어 인프라 개선 요원
2년 전 부산 영도구 ‘청동초 참사’는 산복도로 비탈길에서 발생했다. 지형조건이 같은 중·동·서구에서도 비슷한 참사가 날 가능성이 높다. 경사지 위에 있는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에 좁은 도로와 노후 주거지가 있어 어린이 보행 환경이 취약하고, 운전자는 차량의 속도 통제와 시야 확보가 어려운 등 사고가 날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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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부산 동구 수정초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보행자 바로 옆으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이원준 백창훈 기자 |
■어린이 교통사고 ‘원도심’ 최다21일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 집계한 최근 5년간 부산지역 구·군별 어린이 보행자 사고 결과를 보면 원도심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어린이 1만 명당 사고 건수로 보면 북구에서 1.82건 발생할 때 ▷동구 5.94건 ▷중구 5.43건 ▷서구 5건으로 3배가량 많다. 어린이 보행자 부상자도 북구가 1.82명일 때 ▷동구 6.35명 ▷중구 5.43명 ▷서구 5명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학부모도 자녀의 등하굣길이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한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원도심 4개 구 초등학교 35곳에 재학 중의 자녀를 둔 학부모 303명 대상으로 보행환경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8명이 ‘자녀가 차량과 부딪힐 뻔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등하굣길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이 많다고 답한 이는 57.4%에 달했다. 안전도는 5점 만점 기준으로 2.53에 불과했다. 학부모 중 37.3%로 통학로 기울기가 가파르다고 생각했다.
■지형탓 원도심 보행공간 부족 |
| 수정초 어린이보호구역에 주정차한 차량. 이원준 백창훈 기자 |
해당 조사에서 등하굣길 보행 공간이 충분하다고 답한 학부모는 30.4% 불과했다. 취재진이 해당 지역 초등학교 3곳의 통학로를 둘러본 결과, 보행로와 차도조차 구분이 안 된 곳이 많았다. 이런 곳에 배달 오토바이도 무분별하게 주·정차 돼, 어린이들은 이를 피해 차도로 걸어 다녔다. 간혹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지나갔다. 동구 수정초 앞에서 문방구를 운영하는 박모(50대) 씨는 “학교 앞 도로에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는 연석이 따로 설치되지 않아 인근 상인들도 항상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며 “최근에도 한 초등학생이 뒤에서 오는 차를 보지 못하고 차도에서 걷다 사고가 날 뻔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학로이지만 최소한의 보행공간마저 마련되지 않은 이유는 지형적인 한계 때문이다. 한국전쟁으로 피난민이 몰려들면서 원도심에는 급경사지에도 주거지역이 들어섰다. 남는 땅에는 차량이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도로로 채워졌고, 인도 개설은 뒷전으로 밀렸다.
■어린이 인구 비율 낮아 악순환 |
| 서구 대신초 인근 도로에 일방통행 노면 표시와 양방향 안내판(점선)이 함께 설치된 모습. 이원준 백창훈 기자 |
2003년부터 어린이보호구역이 개설되면서 어린이 보행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으나, 원도심 통학로는 이런 수혜마저 누리지 못했다. 어린이 유입이 급격히 줄어 관련 인프라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적었기 때문이다. 서·동·영도구는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으로 선정됐고, 중구의 어린이 인구 비율은 4.1%에 불과하다. 어린이 유입이 줄어들게 되면 지자체의 어린이 관련 인프라 개선에 대한 관심도가 자동으로 낮아져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실제로 부산시에 따르면 원도심 내 어린이보호구역은 4개 구를 모두 합쳐도 76곳에 불과하다. 반면 해운대구에만 84곳, 부산진구에는 79곳이 있다. 이처럼 원도심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 비교적 적은데다 관리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지난해 부산시 감사 결과를 보면 원도심 4개 구 모두 초등학교 어린이 보호구역에 시·종점 표지와 노면표시를 잘못 설치한 비율이 부산지역 평균을 상회할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원도심의 구조적 특수성을 고려한 어린이 보행환경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빈 동아대(행정학과) 교수는 “원도심 지역의 인구 분포를 보면 대개 어르신 비율이 높아 각 지자체는 등하굣길 안전시설 인프라 개선보다는 복지시설 조성에 예산을 더 투입하려는 경향이 크다”며 “장기적으로 경사로·곡선구간 보행로 단차 개선 등 도생재생사업을 연계한 맞춤형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부산연구원의 원도심 어린이 보행환경 인식 조사 |
설문 문항 |
응답률 |
등·하교 시 자녀의 차량과의 사고 위험 경험 여부 |
78.5%가 ‘위험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 |
등·하굣길 보행 공간 확보 여부 |
30.4%가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고 응답 |
자녀의 등·하굣길의 보행자·차량 공간 분리 여부 |
30.4%가 ‘잘 분리되어 있다’고 응답 |
자녀의 등·하굣길에 불법 주정차 차량의 존재 여부 |
57.4%가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라고 응답 |
자녀의 등·하굣길의 경사가 급하다고 생각하는지 |
37.3%가 ‘급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응답 |
※부산 원도심 4개구(동, 중, 서, 영도구) 초등학교 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303명 대상. 지난 4월 7일부터 5일간 일대일 면접조사 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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