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 부산은행·생명나눔실천 부산본부·국제신문 공동기획
부산에 사는 정성환(가명·64) 씨는 지난해 5월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하루아침에 삶이 바뀌었다. 대형 트럭 운전기사로 밤낮없이 도로를 달리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발음장애와 우측 마비, 실어증을 동반한 중증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해운대백병원에서 왼쪽 목혈관 폐색이 확인돼 긴급 수술을 받았고 이후 재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 씨가 맞닥뜨린 것은 병마만이 아니었다. 이미 수년간 누적된 9000만 원의 신용대출, 장기 치료로 인한 소득 단절, 그리고 매달 쌓여가는 병원비와 간병비가 가족을 짓누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미납된 치료비만 840만 원이 넘는다. 올해부터는 비급여로 전환되는 언어·인지치료와 간병비까지 포함해 한 달 600만 원 이상의 부담이 예상된다.
정 씨의 곁을 지키는 이는 첫째 딸 채희(가명·39) 씨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아버지의 병원과 간병 등을 홀로 감당하고 있다. 이미 2000만 원의 신용대출을 받아 아버지 치료비를 충당했고, 추가 대출 능력도 없는 상황서 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부양 의무자인 아들은 장기간 관계가 단절돼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재활치료는 정 씨에게 생존과 같다. 사회복지사는 “치료를 중단하면 보행과 언어 기능이 급격히 퇴행할 위험이 크다”고 말한다. 현재 정 씨는 간단한 의사표현이 가능할 만큼 호전됐지만 여전히 휠체어에 의존하며 일상 대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다.
정 씨의 모친도 요양병원에 있어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가족 전체가 의료비와 돌봄의 늪에 빠진 형국이다. 개인회생과 파산 절차를 밟고 있지만 당장의 치료비와 간병비를 감당할 길은 막막하다. 딸 채희 씨는 “아버지가 다시 서서 걸을 수 있을지,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작은 희망 때문에 버티고 있다”며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치료가 끊기면 회복도 멈춘다. 한 가장의 삶이, 지금 의료비 앞에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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