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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만 44만 명(추산치)…복지사각 속 ‘경계선 지능인’

지적장애와 평균지능 사이, 사회적응에 큰 어려움 겪어

  •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허시언 기자
  •  |   입력 : 2026-02-22 19:44:10
  •  |   본지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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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형 학습·상담 등 도울
- 상위법령·컨트롤타워 필요

경계선 지능인 A(27) 씨는 남들보다 이해력이 부족하고, 즉각적인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동안 물류센터 계약직 등으로 일했지만 업무 속도가 느리다며 질책받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가장 오래 일한 기간은 3개월 정도였다. A 씨는 “일자리를 잃는 경험이 반복되면서 대인·사회공포증이 생기고, 우울감도 깊어졌다”며 “집에만 있으니 사회와 단절되고 고립되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놨다.
지난 20일 부산 남구청 1층 대강당 앞 전시실에서 열린 경계선 지능인의 작품 전시회 ‘내 마음의 보물섬을 찾아서’에서 시민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경계선 지능인은 지적장애(IQ 70점 이하)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IQ 85점 이상)에 미치지 못하며, 인지·학습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학업 취업 대인관계 등 생애 전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말한다. 해동병원 권명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부장은 “이론적으로는 사회생활, 직장생활 다 할 수 있지만 ‘뭔가 잘 안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일찍 알아채기보다 학교 폭력, ‘왕따’, 우울 등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검사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2일 부산연구원의 ‘부산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 방안’(2025년 발간)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 규모는 통상 지능의 정규 분포에 따라 IQ 71~84점 사이에 해당하는 비율인 전체의 13.59%로 추산된다. 올해 1월 인구를 반영하면 부산의 경계선 지능인은 약 44만 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해운대구 인구 37만여 명보다 많다.

경계선 지능인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에서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재 국회에 경계선 지능인(‘느린학습자’) 지원에 관한 법안이 총 11개 발의돼 있지만, 아직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다.

그나마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에서 경계선 지능인 발굴과 사업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는 2023년 ‘부산시 경계선 지능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선제적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 기초학력지원센터도 경계선 지능 학생을 위한 맞춤형 학습·상담 프로그램(‘살피꽃밭’) 등을 운영한다. 하지만 상위 법령과 경계선 지능인 지원을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생애주기별 체계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경계선 지능인을 더 움츠러들게 하는 건 사회의 차가운 시선이다. 경계선 지능인은 조기 발견과 지원이 뒷받침되면 사회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속도’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이들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진다.

경계선 지능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부산연구원 박주홍 책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범주가 소극적이고, 장애인복지법 또한 의료적 기준을 적용해 엄격하다”며 “경계선 지능인과 같이 실제로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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