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8년차 법조인 이철우(37) 변호사는 게임 사건만으로 사무실을 건사한다. 변호사시험 7회 출신인 그는 국내 1호 게임 전문 변호사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소속으로 일했을 무렵 취급한 소송을 바탕으로 2022년 대한변호사협회 전문 분야(엔터테인먼트) 등록을 승인받았다. 2024년 독립한 뒤에도 게임을 ‘주무기’로 삼아, 게임 소비자의 비빌 언덕이 돼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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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거제동 법조타운 전경. 신심범 기자 |
‘메이플 스토리 확률조작 사건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 게임에서 판매된 확률형 아이템의 실제 획득 확률이 안내된 수치와 달라 제기된 사건이다. 게임 소비자를 대리한 이 변호사는 구매액의 5%를 반환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게임사와 소비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한 사건으로, 변협이 ‘세상을 바꾼 판결’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사무실 운영의 80%는 게임이다. 다른 사건은 변호사로서 감을 잃지 않으려 조금씩 맡는 정도다”고 했다. 그는 “변호사 준비 무렵엔 공익 사건에 관심이 많았지만 워낙 선구자가 많았다. 나만의 전문성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여 어릴 때부터 좋아한 게임 분야의 공익에 내 직업을 접목시켰다”고 설명했다.
변시 출신 변호사가 법률 현장을 누빈 지 올해로 15년째다. 이 변호사처럼 특정 영역에 강점을 지닌 변호사가 많아지도록 법조 생태계를 꾸리는 것이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의 핵심 취지였다. 육법전서 암기는 통달했지만 세상 경험은 적은 법조인을 대신해, 법이 필요한 영역마다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이 활약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동시에 변호사 수를 늘려 시민이 저렴하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는 바람도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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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부산 중구 남포동 사무실에서 이철우 변호사가 법학전문대학원과 지역 법조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
외관상으론 목표에 가까워진 듯 보인다. 2012년 첫 합격자 1451명이 법조인으로 거듭난 뒤 지난해까지 2만2975명이 변시를 통과했다. 변시 도입 직전 개업 변호사 수는 1만2532명에 그쳤다. 업계 경쟁은 치열해졌고, 자신만의 무기를 확보하려는 경향도 분명해졌다. 그간 변호사 비용은 정체됐거나 완만히 상승했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전문성의 내실이다. 서울을 뺀 대부분 지역에서 변호사가 특정 영역 전문으로 사무실을 꾸리기란 불가능하다. 서울만 한 인구·산업 기반이 없으니, 소송·자문거리도 비교적 적다. 그러니 생존하려면 가능한 모든 유형의 사건을 수임할 수밖에 없다.
수임 경쟁은 법률서비스 이용자인 시민에게도 부담이다. ‘배고픈 변호사’가 늘어난 까닭이다. 김용민 부산변호사회장은 “변호사를 배고프게 만드는 것은 시민의 법률 비용을 상승시키는 것과 같다. 배고픈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이 없는 소송까지 일단 떠맡는다. 안 해도 될 소송이 남발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에 법조인 조력을 단념한 ‘나홀로 소송’도 점차 늘어난다.
이런 가운데 법전원도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 경험보단 ‘공부머리’를 따지는 경향을 보여 도입 취지를 방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한 변호사는 “변시 합격률을 고려해 ‘사회 유경험자’보단 머리가 잘 돌아가는 어린 고학력자를 뽑으려는 게 최근 추세다. 전문성을 지닌 법조인은 점점 배출이 힘들어지고, 특정 학부 중심으로 학교가 구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