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도 교화 실효성 갑론을박
정부가 본격적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시작하면서 대대적인 여론 조사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부산에서는 최근 5년간 검거된 촉법소년이 46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마다 검거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라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크게 변화한 현대 소년의 발달 상태를 고려하고 국민 법 감정을 외면해선 안 된다는 주장 등 여러 의견이 맞선다.
31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1~2025)간 부산에서 검거된 촉법소년은 총 4688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2021년 581명 ▷2022년 869명 ▷2023년 912명 ▷2024년 1209명 ▷2025년 1097명 등이다. 지난해 촉법소년 검거 인원이 감소했으나, 나머지 기간은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5년 사이 검거 인원이 2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2월 검거 인원은 1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3명에 비해 늘어나 올해 다시 상승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에서 촉법소년 보호처분을 받은 사례로는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이 있다. 지난 2017년 사상구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가혹하게 폭행해 소년원 송치 처분을 받았는데, 폭행에 가담한 1명은 같은 학년인데도 만 13세라 촉법소년으로 분류돼 당시 가정법원 보호처분에 그쳤다.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범행을 저지르면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을 받도록 해 교화시키는 취지의 제도다. 이 연령대의 소년이 범행을 저지르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연령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만들어져 73년간 유지됐으나, 지난달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연령 하향에 관한 공론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불붙었다.
전문가들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고 의견이 나뉜다. 지난 18일 성평등가족부 등이 주최한 ‘형사미성년자 제도 현황과 연령 논의의 주요 쟁점’ 포럼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및 촉법소년 연령 조정 논의의 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국립부경대 김혁(법학과) 교수는 “형사책임 연령을 낮춰도 실형 선고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연령 개정이 상징적 입법에 머물 가능성이 작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하향 조정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령을 낮추더라도 사회보호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라 더 신중하고 체계적인 검토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날 토론자로 나선 부산외대 정의롬(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법 제도는 범죄 예방이라는 도구적 목적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규범적 합의와 정의 관념 또한 반영해야 한다”며 “선언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서라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하향해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법 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단순한 엄벌주의가 되지 않게 13세 소년의 형벌 부과 가능성을 열어두되 실제로는 더 정교하고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이 제공될 수 있도록 처우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성평등부는 ‘촉법소년 사회적대화협의체’를 출범시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섰다. 성평등부는 이달 중순 제2차 공개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