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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의 복합환승센터 내부에서 승객들이 노선별 안내 동선을 따라 버스 승차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 제공 |
- 친환경·자율주행버스 도입 후
- 충전·정비·관제 원활해야 효과
- 복합환승센터 확대도 받쳐줘야
부산 시내버스의 고질적인 장거리노선 단축과 배차 간격 조정을 골자로 한 ‘리밸런싱(노선 재조정)’ 작업이 실질적인 대중교통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고쳐야 할 점이 많다. 단순히 노선 지도를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차고지와 환승센터, 도로 위 버스 우선권 등 도시 인프라 전반을 함께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드웨어 격인 교통 기반 시설의 개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노선만 바꾸는 미봉책으로는 도로 정체와 환승 불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7일 부산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최근 부산 시내버스 효율화의 핵심 과제로 운영체계 전반과 맞물린 인프라 혁신을 제시했다. 조합 측은 노선을 일부 조정하는 임기응변식 대응만으로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선을 그었다. 버스가 도로 위에서 정시성을 유지하며 제시간에 운행될 수 있는 도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시민이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는 환승 인프라도 깔아야 한다. 또한 차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차고지 체계가 톱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만 리밸런싱의 진정한 효과가 발휘할 수 있다.
도로에서 버스에 실질적인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한 과제다. 정류장을 빠져나오는 버스가 일반 차량의 눈치를 보지 않고 먼저 본선 도로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정지선을 조정해 주는 ‘버스 우선 박스’ 도입이나, 주요 간선도로 내 전용차로의 정시성 확보 대책 등이 결합되어야만 비로소 노선 개편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중교통 전문가들이 선진사례로 주목하는 도시는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전체 면적이 719㎢로 부산(771㎢)과 도시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인구는 587만 명으로 부산(323만 명)보다 약 0.8배 많으며, 지난해 연간 일평균 기준 버스 이용 통행량은 384만 통행에 달해 부산(136만 통행)의 약 2.8배에 이른다. 이처럼 비슷한 도시 규모 속에서도 버스 이용 수요를 압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버스 운영을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종합적인 도시 인프라 차원에서 관리해 온 싱가포르 정부의 장기적 정책이 있었다.
싱가포르는 2016년 정부가 버스 자산과 서비스 기준을 직접 관리하고, 민간 운영사는 운행만을 담당하는 ‘버스계약모델’을 과감히 도입했다. 싱가포르 교통부 산하 육상교통청(LTA)이 버스 차량은 물론 차고지와 환승센터 등 핵심 기반 시설을 직접 소유·관리하며 전체적인 노선과 서비스, 요금 체계를 진두지휘한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민간 운영사들은 정해진 노선만을 운행하되, 정시성과 서비스 신뢰성, 고객 만족도 등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철저하게 평가받는다.
싱가포르는 도시철도역과 버스환승센터, 상업시설, 보행 동선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복합환승센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환승 편의를 극대화했다. 또한 도심 내 부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층형 차고지와 통합 차량기지를 구축하고, 그 내부에서 전기버스 충전과 차량 정비, 운수종사자 편의시설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조합 관계자는 “친환경 버스나 자율주행버스는 차량만 도입한다고 운영되는 것이 아니다”며 “충전, 정비, 관제, 운수종사자 휴게 기능까지 갖춘 차고지 인프라가 함께 마련돼야 안정적인 운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