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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재수(왼쪽부터) 부산시장, 추경호 대구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지난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 지리적 인접에다 산업 구조 보완적
- 광역시 간 결합에 행정 마찰도 적어
- 전재수·김상욱 시장 실무협의 시작
- 국비확보 위해 법적 근거 마련 필요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과 함께 동남권 행정통합 논의가 새 국면을 맞는다. 전재수 부산시장과 김상욱 울산시장은 임기 내 부산·울산 행정통합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학계와 경제계에서는 부울경 3자 통합 대신 부산·울산 양자 통합부터 매듭짓자는 목소리가 커진다. 같은 광역시 간 결합이라 기회비용이 적고, 단기간에 실행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통합 논의가 결론 없이 장기화되면 지역 갈등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싣는다.
■3위 경제권 구축…기회비용은 최소
12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학계와 경제계는 성공 확률이 높고 단기 실행이 가능한 부산·울산 ‘양자 선통합’ 방안에 지지를 보낸다.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산업 구조도 서로 보완적이라 최적 파트너라는 평가다. 글로벌 해양·물류·관광 인프라를 갖춘 부산과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제조 기반을 보유한 울산이 결합하면 인구 435만 명이다. 경기 서울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규모 경제권이다.
광역시 간 결합은 ‘도-광역시’ 통합 방식보다 기회비용뿐 아니라 행정 마찰도 적다. 도-광역시 통합은 자치구 체계와 도 산하 시·군 구조를 융합해야 해 특례법 개정과 직제 개편 부담이 크다. 도심과 농어촌 간 예산 배분 갈등, 세수 이동에 따른 주민 반발도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남 내부에서는 동서 지역 격차와 부산 흡수 우려에 따른 피해의식이 통합 논의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광역시 간 결합은 자치구 중심 행정 틀을 그대로 유지해 조직 개편 부담이 작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 교수는 “부산과 울산 통합은 흡수 통합이 아닌 확실한 상호 이익 구조”라며 “부산이 가진 우수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활용하면 울산이 중복 투자를 피할 수 있고, 조선기자재 등 양 도시 산업 특성이 맞아떨어져 충돌 면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남과 달리 양자 통합 시 청사 위치나 명칭 조율 과정에서 일어날 갈등 소지도 적다. 두 도시 접경 지역에 활용 가능한 부지가 많아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 성장을 도모하기 쉽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미 부산과 울산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여기고 있다. 1998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당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산울산지회)가 출범한 후, 두 지역 중소기업 활동 영역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허현도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중소기업회장도 경제적 결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오늘날 글로벌 경쟁은 도시 간 경쟁을 넘어 초광역 메가시티 간 경쟁으로 전개된다”며 “인구 323만 명 부산 단독 역량으로는 2610만 수도권 비대화를 막아내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가시티 구축은 선택이 아닌 생존 필수 전략이다. 과거 정치적 이해관계나 행정 절차 한계로 주춤했던 초광역 협력 체계에 민선 9기 시정이 강력한 동력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9월 국비 확보”…단체장들도 속도전
양 도시 단체장 행보에 속도가 붙는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일 부울경 특별연합 복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튿날인 2일에는 김상욱 울산시장과 전격 회동해 실무 협의를 시작했다. 대중교통 이용 불편 개선과 해변 마라톤 대회 공동 개최 등 시민 체감형 협력 사업에 즉각 착수했다.
이처럼 협력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오는 9월 정부 예산안 제출 시점이 맞물려 있다. 느슨한 협의체 구조로는 내년 국비 편성 과정에서 초광역 공동 사업 예산을 반영하기 어렵다. 특별연합을 조속히 복원해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지방자치법에 따른 국비 지원도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양 지자체는 국비 확보와 통합 기반 마련에 시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정부 정책 변화도 초광역 통합 논의를 재촉하는 요인이다. 최근 정부는 AI,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대규모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업은 단일 시·도 단위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울산은 물론 가능하다면 경남까지 아우르는 특별연합을 과도기 체제로 삼자는 제안이 나온다. 실무 기반을 다진 뒤 최종 통합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접근이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신라대 박재욱(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메가프로젝트를 유치하고 수행하려면 초광역 사업 수용 능력을 갖춘 행정체제 그릇을 새로 구상해야 한다”며 실천적 대안으로 2022년 중단된 특별연합 체제 재가동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당시 각 광역지자체가 공동 연구해 수립한 특별연합 계획서가 보존되어 있다”며 “이를 수정 보완하면 원점 구상 단계인 행정통합보다 훨씬 신속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