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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항 랜드마크 청사진만 남발…10년 공터, 첫 삽이라도 뜨자

민선9기…풀어야 할 현안 <3> 북항 재개발 1단계 활용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장호정 기자
  •  |   입력 : 2026-07-19 19:16:2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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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의 핵심 시설인 ‘랜드마크’ 부지가 10년 넘게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공터로 남아 민선 9기 부산시정에서는 반드시 첫 삽이라도 떠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사진은 북항 재개발구역 전경. 국제신문 DB
# 용역만 반복한 10년

- 초고층 복합개발·문화관광시설
- 역대 시장들 저마다 다른 활용안
- 복합환승센터 공사도 중단 위기

# 민선9기 정책 실행력 시험대

- 최근 주목받는 돔구장 설립부터
- 해양수도 상징할 대표 시설까지
- 백년대계 부산 정체성 담아내야

부산역을 나와 북항 친수공원으로 향하면 과거 컨테이너 부두의 흔적 대신 시민이 찾는 수변공원이 펼쳐진다. 그 중심에는 10년 넘게 비어 있는 땅이 있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1단계의 핵심인 랜드마크 부지다. 북항의 상징이자 부산의 새로운 얼굴이 될 공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까지 개발 방향조차 확정하지 못한 채 공터로 남아 있다. 이에 민선 9기 부산시정에서는 활용안을 마련해 첫 삽이라도 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시장 바뀔 때마다 ‘롤러코스터’

북항 재개발은 항만 기능이 신항으로 이전한 뒤 원도심과 북항을 연결하는 해양복합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다. 친수공원과 보행덱, 도로 등 기반시설은 대부분 갖춰졌고 시민도 북항을 일상적으로 찾는다. 그러나 사업의 완성도를 결정할 랜드마크 부지는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북항 재개발이 ‘미완의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사업이 표류한 가장 큰 원인은 정책의 연속성 부족이다. 역대 부산시장들은 국제회의시설과 초고층 복합개발, 문화·관광시설 등 저마다 다른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사업은 번번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개발 방향도 달라지면서 민간 투자자들은 관망했고,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사업 시행자인 부산항만공사(BPA)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BPA는 사업성을 확보하고자 여러 차례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실행 가능한 개발 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경기 침체와 건설비 상승 등 외부 여건이 악화된 측면은 있지만, 핵심 부지의 활용 방안을 장기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전략 부재라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가운데 북항재개발 부지의 핵심 시설이자 랜드마크 부지와 연결되는 복합환승센터 공사마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환승센터는 부산역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등을 잇는 교통 허브로, 2022년 9월 착공해 터 파기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공중 보행로의 높이가 부산역 연결 통로보다 3.3m 높이 설계된 점이 뒤늦게 발견돼 BPA가 사업자인 피큐건설과 체결한 토지매매 계약을 파기했다. BPA는 이어 부산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양측이 법적 공방을 벌여 공사가 장기간 표류할 공산이 크다. 환승센터 공사까지 지연되면 랜드마크 부지 개발은 물론 북항 재개발 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다시 불붙은 부지 활용안 찾기

최근 개발 방향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활발해진다. 가장 주목받는 방안은 스포츠·문화시설 조성이다. 돔야구장을 건립하면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대형 콘서트와 전시회, 이벤트를 연중 개최할 수 있어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페라하우스와 연계한 복합공연장을 조성해 북항을 문화관광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해양산업계는 북항의 상징성과 입지를 고려하면 해양비즈니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해양수도 조성 정책에 맞춰 HMM을 비롯한 글로벌 선사와 해운금융, 해사법률, 디지털물류기업을 집적해 북항을 대한민국 해양산업의 컨트롤타워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만은 부산에 있지만 의사결정과 금융 기능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바꿀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논리다. BPA 역시 이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BPA 관계자는 “랜드마크 부지의 상징성과 해양수도 부산을 지향하는 차원에서 어렵게 유치한 HMM 등 해양수도를 상징할 시설의 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만금 관광 활성화를 위해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조성을 공식화하면서 오픈카지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 상공계와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북항 재개발과 연계해 복합리조트를 유치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 미래 전략 연계 방안 찾아야

전문가들은 시설을 둘러싼 논쟁보다 도시의 미래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랜드마크는 건물 하나가 아니라 부산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담아내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시설이든 해양산업 클러스터든 북항 전체와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지가 우선 검토돼야 한다는 의미다.

민선 9기 부산시정은 더는 새로운 청사진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시와 BPA,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개발 원칙을 마련하고 실행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10년 넘게 표류한 랜드마크 부지는 이제 부산의 정책 실행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북항의 마지막 퍼즐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부산의 미래 경쟁력도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21 등과 같이 시민이 찾는 문화·여가 공간과 해양산업 기능, 국제업무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복합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북항을 ‘일하고 머물고 즐기는 공간’으로 완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랜드마크 부지를 매각하는 기존 민간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공공개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관련법 개정으로 BPA가 상부시설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된 만큼 부산시와 BPA, 민간사업자가 공동 거버넌스를 구성해 사업성과 도시개발 전문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돔구장 등 특정 시설을 성급히 결정하기보다 건설비 조달과 시민 공공성, 랜드마크 기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발 방향을 확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랜드마크 부지 개발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이곳을 K-팝 임시공연장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 공연기획업체 A사는 랜드마크 부지에 K-팝 공연과 해외 유명 아티스트 공연 등을 유치하겠다는 제안을 해수부와 BPA, 부산시 등에 했다. A 사 관계자는 “랜드마크 부지 매각부터 실제 시설 착공까지는 최소 5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부지는 계속 빈 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대형 공연을 유치하면 부산이 K-팝의 성지가 될 수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관광객 증가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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