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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 알 안 낳고, 일벌 수명 줄고…폭염에 양봉농가 벌벌

고온에 장기간 노출된 일벌들, 늘어야 할 개체 수 되레 줄어

  • 김용구 기자 raw720@kookje.co.kr
  •  |   입력 : 2026-08-10 19:15:30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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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폭염으로 양봉 농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경남 창원시의 한 농민이 양봉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 꽃에서 꿀 채취하는 가을되면
- 고추 농가 등 2차피해 우려도

극한 더위로 경남 합천의 한 양봉 농가에서 소비(巢脾·벌의 알과 유충 등이 머무는 곳)가 녹아내린 모습. 독자 제공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경남지역 양봉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온에 오래 노출되면서 일벌 수명이 단축되는가 하면 여왕벌 산란과 봉아(유충·번데기) 발육 위축으로 피해가 가을철까지 이어질 위기에 놓이면서다.

10일 지역 양봉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벌 개체 수 감소와 생산성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여름철 벌통 내부 적정 온도는 32~35도이지만, 연일 고온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38도 안팎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벌통 내부 온도가 상승하면 일벌이 체온 조절을 위해 날개를 빠르게 부채질해 벌통을 통풍하거나 환기하는 ‘선풍 작업’과 수분을 퍼 나르는 데 부담이 커진다. 가뜩이나 여름철 일벌의 수명은 30~45일로 짧은데 ‘극한 더위’가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이다. 봄가을에는 1~2개월, 활동량이 적은 겨울엔 6개월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여름 대다수 개체가 벌통에 머물지 않고 육아를 포기한 채 출입구 주변에 앉아 간신히 날갯짓만 하는 모습이 관측돼 폐사 피해 등이 우려된다는 게 지역 농가의 목소리다. 이와 함께 여왕벌 산란 활동까지 사실상 멈추면서 오는 9~10월 꽃에서 꿀을 채취하는 시기에도 개체 수 부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예상된다. 특히 비교적 그늘이 많은 산지가 아닌 평지 농가에서는 알과 유충 등이 머무는 ‘소비’가 녹아내리는 현상까지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꿀벌의 천적인 외래종 흑등말벌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지역 농가에서 병해충 방제 활동에 밤낮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서 양봉업을 하는 이재봉(71) 씨는 “올 여름을 나면서 일벌 수가 50~60%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6월부터 월동 직전까지 1통을 2, 3통으로 늘리는 분봉 작업 중 개체 수가 6000마리에서 1만5000마리로 늘어야 하는데 되레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다 봉군을 고추 등 시설하우스에 투입해 작물의 수분(꽃가루받이)을 돕기로 한 농가에서는 꿀벌 수 감소로 인한 계약 불이행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정현조(70) 한국양봉협회 경남지회장은 “벌이 모자라 계약을 날리고 위약금도 물 수 있다”며 “2023년도에도 민사 소송을 검토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난리가 난 적이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경남도는 우선적으로 여름철 꿀벌 피해를 최소화하는 예방 요령을 도내 시·군과 양봉농가에 전파하고 나섰다. 벌통과 50㎝ 거리에 투과율 50~80%의 차광망을 설치하고 벌통의 출입구를 적절하게 열어 바람길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3083농가서 34만2224군을 사육하고 있다. 1군당 개체 수는 1만5000~2만 마리다. 도 관계자는 “농가 피해를 인지하고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투입 등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작업자의 온열질환 예방과 안전에도 유의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창원 등 경남 20곳과 부산의 폭염주의보와 열대야 주의보를 해제했지만 당분간 무더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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