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게릴라 골목시위가 거대한 들불로…부마는 시민혁명”

항쟁 무대 찾은 도올 김용옥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6-08-12 20:04:35
  •  |   본지 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2일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부산 중구 남포동에 설치된 부마민주항쟁 표석을 살펴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남포·광복동·중부교회 등 둘러봐
- 교회 스터디그룹 ‘양서협동조합’
- 독서회로 학생·종교계·시민 연결
- 유신체제 철폐 출발점으로 강조

도올 김용옥(78) 한신대 석좌교수가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 격전지를 찾았다. 지난달 27일 ‘도올이 본 부마 시민혁명’ 출간을 맞아 유신 철폐를 이끈 당대 부산시민의 열기를 느끼기 위해서다. 부마항쟁을 ‘우리 민족의 명(命)을 바꾼 위대한 혁명적 사건’으로 정의한 그는 “당대 시민이 상당히 의식화될 수 있었던 데는 부산지역 종교·문화적 네트워크가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역설했다.

■뜨거웠던 부마 속으로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가 지도를 살피며 부마민주항쟁 주무대였던 남포·광복동 일대를 탐방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12일 김 교수는 부산 중구 남포·광복동 거리 일대를 탐방했다. 옛 부산시청에 들어선 롯데백화점 광복점에서 시작해 광복로를 거쳐 남포동 극장가 등을 둘러본 뒤, 보수동으로 이동해 옛 부산양서협동조합과 중부교회를 살펴보는 일정이었다. 김 교수는 경성대 이가연(인문문화학부) 교수와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들 공간에 담긴 기억과 흔적을 살폈다. 박 이사장은 김 교수의 한신대 동문이자 양서협동조합 창립 멤버다.

남포동과 광복동은 부마항쟁의 주무대였다. 당시 수많은 시민이 이곳에 몰려 유신 타도 시위를 벌였다. 이곳이 과거 부산시청을 비롯해 부산경찰청과 여러 언론사, 부산상공회의소 등 지역 핵심 기관이 모인 시내 중심 공간이었던 영향이다.

항쟁에 참여한 시위대는 유신 정권을 향한 분노를 이들 기관에 쏟아내기도 했다. 특히 ‘탄압’의 직접 기관인 남포파출소 등을 향해서는 거센 공격을 가했다. 또 부산·동명극장 등이 밀집한 극장가는 항상 인파가 북적인 번화한 공간이기도 했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이들 극장의 위치와 형세를 김 교수는 오래 들여다 봤다.

광복로에 들어선 김 교수는 지도를 꺼내 일대 지형을 살폈다. 어떻게 대규모 시위가 장시간 이어질 수 있었는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 일대에는 좁은 골목이 즐비하다. 항쟁 당시 시위대는 경찰의 추격을 받을 때 골목으로 삼삼오오 흩어졌다가 다시 큰 길에서 만나는 방식의 ‘게릴라 시위’를 구사했다.

가뜩이나 낌새도 없이 대규모 시위가 터져 난처했던 경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경험을 토대로 보안사는 계엄령 해제 뒤 ‘부마지역 학생사태 소요 교훈’이란 문서를 작성해 “과감하고 무자비할 정도로 타격, 데모 대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함으로써 군대만 보면 겁이 나서 데모 의지를 상실토록 위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침을 만들기도 했다.

탐방은 보수동책방골목 내 옛 양서협동조합과 부산 중부교회에서 끝났다. 중부교회는 1970년대 유신체제 아래 부산지역 민주화운동의 주요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 최성묵 목사를 중심으로 김형기·박상도 등 민주화운동 인사와 청년·학생들이 교회에 모여 독서와 토론, 노동·사회운동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지금 부산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가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에 이곳에 사는 민중의 삶의 애환이 어떠했는가를 그 시점으로 올라가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 시대에 아버지와 국제시장을 찾는 등 청춘을 보낸 사람이기 때문이다”며 “아무리 마른 숲이 있어도 불씨가 없으면 화염이 되지 않는다. 학생들은 거기다 불씨를 던져줬지만 실제로 탄 것은 민중이었다. 민중의 마음이 탄 것이다. 좁은 골목들을 보면서 1979년도 상황이 이랬구나 하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의식화된 시민이 대의에 호응”

김 교수는 부마항쟁 시기 중부교회와 양서협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한다. 1978년 출범한 양서협동조합은 중부교회 내 스터디 그룹에서 시작했다. 양서협동조합은 책을 공동구매하는 협동조합의 외형을 갖췄지만, 독서회와 강연·토론을 통해 학생·청년·노동자·종교계 인사들을 연결하면서 지역 민주화운동의 중요한 조직적 기반으로 성장했다. 중부교회에서 형성된 민주화운동의 인적·사상적 흐름이 양서협동조합을 통해 교회 밖으로 확산됐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틔운 작은 불꽃에서 시작한 항쟁이 시민의 공감을 얻어 거대한 들불로 번진 배경에 이들의 ‘의식화’ 노력이 있다고 본다. 학내 서클에서 의식화 작업이 이뤄져 온 영향을 받았다거나, 경공업 쇠퇴·부가가치세 신설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 계층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는 종래의 해석과는 결이 다르다.

김 교수는 1979년 10월의 일어난 움직임을 ‘항쟁’이 아닌 ‘혁명’으로 불러야 하며, 이러한 호칭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혁명을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단일 사건으로 보는 대신 수많은 인물과 오랜 시간 쌓인 사회적 모순이 얽히다 끝내 폭발하는 ‘면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이런 관점에서 1979년 10월 16일 부산대 학생들의 시위만을 부마항쟁의 출발점으로 삼거나, 특정 선언문·조직·인물을 최초의 주역으로 내세우는 설명은 불충분하다고 본다.

결국 부마항쟁은 부산과 마산의 학생·노동자·상인·시민, 종교인과 사회운동가의 저항이 결합해 유신체제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만든 총체적 사건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나아가 유신 체제가 끝장 난 시발점인 당대의 사건은 이승만 정권을 무너뜨린 4·19와 마찬가지의 ‘혁명’이며, 사건의 주체가 시민인 만큼 ‘시민혁명’으로 불려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프랑스혁명도 루이 16세를 기요틴(단두대)으로 처단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불린다. 그와 똑같은 성격이 부마 시민혁명에도 있다고 본다. (항쟁) 며칠 후에 유신의 심장을 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건 기요틴이 내려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며 “혁명의 주체는 시민이었다. 그 당시에는 ‘독재 타도’ ‘유신 철폐’라는 말을 감히 입에 올리지도 못했는데 이곳에서 그 말이 전국의 국민 의식으로 퍼져나갔다. 그런 의미에서 흔히 부마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평범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명을 바꾼 아주 위대한 혁명적 사건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부산을 방문한 김 교수는 14일까지 부산과 마산(현 경남 창원시)에서 일정을 소화한다. 부산대 총장과 부마항쟁 당시 학생 참여자들과의 만남도 예정됐다. 다음 달 30일에는 부산에서 강연을 개최한다. 해당 강연은 오는 10월 16일 부마항쟁 기념일에 방송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3. 3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4. 4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5. 5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6. 6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7. 7[도청도설] if, 손아섭
  8. 8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9. 9[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10. 10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3. 3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4. 4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5. 5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6. 6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7. 7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8. 8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9. 9‘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10. 10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3. 3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4. 4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5. 5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9. 9"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0. 10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 1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2. 2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3. 3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4. 4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5. 5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6. 6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10. 10[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