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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째 닫힌 부산 유일 동물원…사파리형 재단장 서둘러야

민선9기…풀어야 할 현안 <7> 부산시립동물원

  • 강지원 기자 g1kang@kookje.co.kr
  •  |   입력 : 2026-08-16 19:16:3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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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부산 더파크 동물원. 폐장 후 6년 간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아 시설이 방치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옛 ‘삼정더파크’ 2020년 폐장 뒤
- 관람객용 시설 노후화·파손 심각
- 동물사도 법정 기준에 미달 상태

- 사자·곰 등 119종 448마리 서식
- 市, 2029년까지 환경 정비 계획
- 규모 2배 넓혀 생태형 시설 추진

- “동물 생태·생애 관찰 공간 돼야
- 독립적 사업소 체제 필요” 지적

부산의 ‘동물원 잔혹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때 동래동물원과 성지곡동물원이 동시에 운영되며 두 개의 동물원이 있기도 했지만, 2002년 동래동물원이 사라진 데 이어 성지곡동물원도 2005년 문을 닫았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삼정더파크’라는 이름으로 재개장했던 성지곡동물원은 6년 만에 다시 폐업했다.

박형준 전 부산시장은 지난 2월 삼정더파크의 시립동물원화를 골자로 한 재개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재개장 계획은 답보 상태다. 부산시는 재개장이 일러도 2029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멈춰 선 6년의 시간 동안 동물원은 어떻게 버티고 있으며, 새롭게 거듭날 ‘생태형 동물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폐장 6년…동물원은 지금

지난 2월 더파크 동물원의 아시아코끼리 ‘뭄미’가 사육사와 장난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지난 14일 오후 부산진구 어린이대공원. 입구를 지나 평일 오후에도 붐비는 산책로에서 옆으로 향하면 순식간에 인적이 뜸해진다. 폐장한 지 벌써 6년이 지난 삼정더파크로 향하는 길이다.

삐걱대는 덱을 지나면 기린과 그랜트얼룩말이 낯선 방문객을 반긴다. 얼룩말은 원을 그리듯 동물사 안을 뛰어다녔다. 삼정더파크 안동수 동물관리본부장은 “얼룩말이 코로나19가 시작됐을 때 태어나 사육사들 밖에 보지 못했다. 사람이 낯설어 못 보던 사람을 보면 뛰어다니고, 사람이 없으면 얌전하다”고 설명했다.

호랑이와 사자, 곰, 흑표범 등 맹수들도 위엄을 보였다. 한국 유일의 흑표범 ‘제우스’는 멈춰서서 사람들을 응시했고, 사자 ‘독사’가 우렁차게 포효하는 소리도 들렸다. 안 본부장은 ‘독사’가 지난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부산으로 와 이날 처음으로 방사장에 나왔다고 설명했다. 함께 온 벵갈호랑이가 아직까지 내실에만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삼정더파크에는 지난달 기준 119종 448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멸종위기종이 111마리, 천연기념물은 35마리다. 이 가운데는 지난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임대한 호랑이와 사자, 원숭이도 있다. 동물원이 폐장한 상황에서도 새 식구를 맞이한 것인데, 안 본부장은 “시설이 낙후되었다는 지적은 100% 이해하지만 동물들 관리만큼은 확실하게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이 내걸었던 내년 5월 개장과 임시개장은 사실상 무산됐다. 6년간 방치된 관람객용 덱은 곳곳이 내려앉았고,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관람객 편의·안전 시설이 파손됐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의무화된 관람객-동물 간 ‘이중차단시설’도 미비해 수리 없이 관람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설 보강 없는 임시개장은 안전상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시민 기대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제대로 된 정비를 거쳐 완전 개장으로 직행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생태형 동물원’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시설 노후화는 동물과 사육사 모두에게 한계치에 다다랐다. 호저가 있는 소동물사는 지면이 내려앉아 웅덩이가 생긴 상태였다. 경사지에 조성된 사슴사도 상부 덱이 기초를 드러내고 있어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안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법적 시한이다. 20여 년 전 기준으로 설계된 삼정더파크의 동물사는 현재 동물원수족관법 적용 유예 대상이다. 2028년 12월 13일까지 법정 기준에 미달하는 동물사 구조를 정비하지 않으면 동물원 등록·허가가 취소된다.

부산시는 삼정더파크를 기후부 지침에 부합하는 ‘생태형 동물원’으로 대폭 정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동물원 정상화 구상 용역을 통해 대대적인 마스터플랜을 그리고 있으며, 사업비는 약 159억 원이 투입된다.

핵심은 동물 종별 재배치와 생태 환경의 대폭 확충이다.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표범 코요테 하이에나 등 활동성이 높은 야생동물은 사자 호랑이 곰이 있던 확대 구역으로 옮겨 쾌적함을 높인다. 사자 호랑이 곰 등 대형 맹수류는 대형 사파리형 동물사로 이전된다. 이를 위해 애초 야영장과 산림욕장으로 지정됐지만 미개발 상태로 남아있던 인접 시유지 약 7만5000㎡를 활용해 중장기적으론 동물원을 현재 규모의 약 2배 크기로 확장한다.

기린 얼룩말 타조 등 초식동물은 사파리 형태의 동물사에 합사해 관람객을 맞이하는 ‘웰컴 동물’로 자리매김하고, 수달과 담비, 고리도룡뇽 등 부산·경남 지역 특화 종을 새로이 배치한다. 특히 시는 하천 생태계의 상징인 수달을 부산동물원의 ‘지표종(대표 마스코트)’으로 선정하고, 금정산 국립공원 등 지역 생태계와 연계한 생태 해설·학습 프로그램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디지털과 AI를 접목한 XR(확장현실) 형태의 콘텐츠도 추진한다. 멸종위기종 수급의 한계를 보완하고 야간 개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AI 기반의 ‘미디어 사파리(미디어 체험관)’가 들어선다. 3D·실감형 영상 기술을 적용해 멸종한 공룡이나 수급이 어려운 희귀 야생동물을 가상으로 구현하고 디지털 사파리 탐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조류사 상부 돔에는 라스베가스의 ‘스피어(Sphere)’와 유사한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동물원이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부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동물원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종 보전과 생태 체험을 전담할 ‘종보전원’도 새로 들어선다. 종보전원은 단순한 동물 치료나 관리 시설을 넘어, 멸종위기종의 복원 및 연구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확인하고 참여할 수 있는 생태 보전 공간으로 조성된다. 기존 전시 중심의 동물원에서 벗어나 야생동물 생태 연구와 종 보전이라는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기린사 부지에 임시 방사장을 먼저 조성한 뒤, 동물을 순차적으로 이동시키며 2028년 12월까지 법정 기준에 맞춘 1차 개보수 및 동물원 등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조례 제정 및 대형 공사 과정을 거쳐 2029년 완전 재개장을 목표로 잡았다. 시는 올해 하반기 추경과 내년 본예산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로 정비 공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감금 벗어나 생태 서식지로”

법적으로 ‘생태형 동물원’의 사전적 정의는 없다. 그러나 삼정더파크를 비롯해 대구동물원 등 국내 각지의 동물원을 설계해 온 동아대 양건석(조경학과) 교수는 생태형 동물원을 “동물이 전시된 공간이 아닌, 동물의 생태와 전생애를 몰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양 교수는 현재의 삼정더파크를 ‘아파트형 동물원’이라고 단언하며 “기존 동물원은 아파트 거실 보듯 동물을 관람하는 구조라 동물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린사만 해도 사바나 초원 출신의 기린이 좁은 인공 숲에 갇혀, 원래 서식환경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양 교수는 “인접 시유지를 활용해 영역을 확충하고, 사진을 찍었을 때 인공 철조망이 아닌 실제 야생 서식지의 분위기가 연출되는 몰입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동물 사육뿐만 아니라 사육사가 먹이를 준비하는 과정, 수의사의 치료 공간까지 관람객과 청소년이 직접 보고 배우는 ‘생태 교육형 동물원’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운영 주체와 방식에 대해서도 칼을 대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시설만 유지·관리하는 공공기관 위탁 방식으로는 창의적인 기획과 생태적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양 교수는 “순환 보직 형태의 일반 공무원이나 단순히 시설 파손만 고치는 공단 방식으로는 전문적인 동물원 경영이 어렵다”며 “3, 4급 상당의 개방직 동물원장을 채용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동물원 사업소’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재개장 후 3년간 운영 역량을 강화해 2031년 이후에는 연간 3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는 ‘거점동물원’ 지정까지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2028년 법정 정비 시한과 2029년 재개장을 목표로 뼛속까지 바꾸는 수술대에 오른 삼정더파크가 잔혹사를 끊어내고 시민과 동물이 상생하는 모범적 생태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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