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시간당 강수량 사상 최대
- “건물 밀려든 빗물 대처 불감당”
- 고현 등 주요상권 초토화 마비
- 통영 멸치공장 침수 수억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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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통영시 용화사 광장 일대 아스팔트 도로가 집중 호우로 뜯겨져 나가 있다. 독자 제공 |
“난리도 난리도, 살면서 이런 물난리는 처음입니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17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 상가 일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계속된 ‘극한 호우’로 흙과 토사가 쏟아져 내린 도로는 무릎까지 차 오른 흙탕물로 아수라장이었다. 그나마 물이 빠져 나간 도로는 물폭탄 수준의 집중 호우 피해로 아스팔트 곳곳이 깨지고 뜯겨져 나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일대 상인들은 상가 내부까지 들어온 흙탕물을 쓰레받기와 양동이로 퍼내며 분주히 움직이지만 계속해 쏟아지는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인 옥영태(60) 씨는 “이렇게 많은 비가 한 번에 쏟아질 줄 몰랐다. 계속해 밀려드는 빗물을 보고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옥포동 성지중학교 급식소에 마련된 산사태 피해 아파트 대피소에서 한 주민은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울먹였다. 한 주민은 “붕괴 우려가 있어 대피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안다.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걱정이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주거시설을 덮쳐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거제 최대 상권이 밀집한 고현동과 장평동 역시 마비상태였다. 고현천이 범람하면서 무릎 이상 들어찬 빗물이 빠지지 않아 터미널에 줄지어 주차된 버스는 바퀴가 잠겨 있었다. 한 상인은 “대형 태풍이 와도 하천이 이렇게 범람했던 적이 없었다. 가게 쌓아 둔 식재료가 모두 빗물에 못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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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옥포동의 한 도로에서 빗물이 범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
거제에는 이날 새벽 1시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극한 호우가 쏟아졌다. 1972년 1월 24일 거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시간 강수량 신기록이다. 이번 집중 호우로 침수·단전·단수·산사태 피해가 잇따르면서 오후 1시 기준으로 208세대 335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통영시도 극한 호우로 피해가 심각하다. 벚꽃거리로 유명한 봉평동 용화사 광장 일대 도로는 곳곳이 뜯겨져 나갔다. 고지대에 위치한 만큼 토사가 상가와 주택가를 덮쳐 일대 주민이 넋을 놓고 있다. 영운리 한 멸치공장은 빗물이 멸치를 말리는 기계와 보관 중인 멸치를 덮쳐 수 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 공장주 조형호(52) 씨는 “공장 지붕까지 빗물이 차오르다니 기가 막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인평동에서는 뒤편 산의 토사가 덮친 주택이 앞으로 기울어지면서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다. 산양읍 곤리도에서는 산사태 여파로 토사가 인근 주택으로 쓸려가면서 1명이 하반신이 매몰됐다가 다행히 구조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까지 거제와 통영에서 접수된 집중호우 관련 신고는 총 1947건으로 집계됐다. 거제에서는 1634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9건의 구조활동을 통해 126명을 구조했다. 통영에서는 신고 313건이 접수됐고 11건의 구조활동으로 10명을 구조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사망 1명과 경상 3명 등 4명이다. 구조된 인원은 136명이다.
거제 장승포·고현·연초 일원 1500세대와 통영 산양읍·한산면 일원 530세대는 정전 피해를 봤다. 거제와 통영 교육시설 12곳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피해가 잇따르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소방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피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