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장에서 친분 쌓은 두 사람
- 범행 부탁땐 “내가 다 책임진다”
- 투척 음료·멘트·경찰진술 공모
- 정 씨 아내, 알면서도 선처 탄원
- 警, 국정원까지 수사 동원 ‘헛심’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였던 정이한(사진) 씨의 ‘녹차라테 피습 사건’은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릴 목적의 자작극이었다는 점이 검찰 공소사실에서 드러났다. 정 씨는 범행에 사용될 음료 종류부터 옷차림까지 세세하게 계획을 짰으며, 공범 A 씨에게는 “잡혀도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의 배우자는 남편의 자작극 사실을 알고도 허위의 선처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정 씨 사건 공소장을 보면 그와 A 씨는 2019년 헬스장 회원과 트레이너로 만나 개인훈련(PT)을 하며 친분을 쌓았다. 정 전 후보는 낮은 인지도를 고민하던 지난 4월 초께 A 씨에게 “유세 중 누가 쓰러지면 내가 심폐소생술을 해줄 텐데” “내가 화분이라도 맞았으면 좋겠다” “누가 커피 좀 안 던져주나”라고 말했다. A 씨는 “뭐라도 던져드릴까요”라고 맞장구쳤다.
두 사람의 대화는 이내 ‘피습 공작’으로 바뀌었다. 피습 자작 사건 이틀 전 정 씨는 A 씨의 헬스장에 찾아가 “관장님이 도와줄 일이 있다. (지난 4월) 27일까지 무조건 해야 한다”며 자신이 유세할 때 음료를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물은 (옷에) 색깔이 남지 않으니 녹차라테처럼 색깔이 남는 것을 던져달라”거나, 명함을 건넬 때 “어린 놈이 무슨 시장이냐”고 외쳐달라고 주문했다. A 씨가 “해봐야 상해 정도 걸리겠네요”라며 받아들이자 정 전 후보는 적발돼도 자신이 선처해 사건을 빨리 끝내고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A 씨를 붙잡은 뒤에도 연출이 이어졌다. 정 씨는 A 씨를 두고 경찰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고, A 씨도 “후보가 너무 어려 보여 짜증이 나 우발적으로 던졌다”며 진술했다. 정 씨는 이튿날 가해자가 현실과 정치권에 대한 피로감으로 우발적으로 행동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부터 지난 5월 11일까지 7차례 같은 취지의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정 씨는 지난 4월 29일 경찰서 유치장에서 A 씨에게 “충분히 우발적으로 하셨다고 생각한다”며 대화와 소통을 강조했다. A 씨도 “그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우발적인 행동을 해 죄송하다”고 화답했다. 이 면회도 경찰을 속이려 맞춘 연기였다.
정 씨 배우자는 남편에게서 자작극이었다는 말을 듣고도 허위의 선처 탄원서를 썼다. “피의자가 제 남편과 비슷한 연배라 마음이 쓰인다. 저희 부부의 정직한 진심을 살펴달라”고 적곤 정 씨와 함께 지난 4월 30일 경찰에 이를 제출했다. 캠프 촬영팀은 그가 ‘선처 탄원서’ 봉투를 들고 들어가는 모습을 찍어 각 언론에 배포했다.
이들의 자작극 탓에 국가기관은 헛심을 써야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 조사에 경찰관 18명 동원돼 CCTV 분석과 차량 추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탐문에 나섰다. 국가정보원과 대테러협의회까지 열렸다고 밝혔다. 정 씨 사건 첫 재판은 다음 달 15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