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영 20일 만에 500가구 거래 성과
- 싼 값에 신선 농산물 신속배달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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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한 울산 학성새벽시장 상인회장이 전국 전통시장 최초로 새벽배송에 도전하게 된 계기 등을 말하고 있다. 방종근 기자 |
“새벽배송의 3대 기본 요건인 품질, 가격, 속도 등에서 쿠팡 같은 초거대 공룡기업도 이길 자신 있습니다.”
울산 중구에서 주로 야채 과일 등 신선식품 도매업을 하는 학성새벽시장 상인들이 최근 거대 새벽배송 플랫폼 기업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다. 전통시장 상인인 이들이 새벽배송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전국 최초라고 한다. 황당하고 무모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과 체계화된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갖춰 이미 시장을 완전 장악한 거대 기업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기에 다윗처럼 골리앗을 향해 돌을 던졌는지 궁금해 손영한 학성새벽시장 상인회장을 만나 배경과 전략 등을 들어 보았다.
먼저 일반 전통시장과 새벽시장의 차이가 궁금했다. 손 회장은 “낮에 영업을 하는 일반 전통시장과 달리 우리는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까지 문을 연다. 완전 도매 형태로 운영하고 주로 농수축산물을 판매하는 데 이중 채소 과일 같은 신선식품이 70%를 차지한다”고 소개했다.
새벽배송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거대 유통물류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우리 같은 소규모 농산물 도매업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위기를 느끼고 있다. 타개책을 고민한 끝에 쿠팡과 같은 기업들이 잘 하는 새벽배송을 해보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자신감 같았다. 그러자 그는 “상인들 대부분이 10여 년 전부터 학교 기업 관공서 등에 납품을 하고 있다. 신선식품은 말 그대로 신선도와 품질 유지가 생명이고, 가격과 배송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런 면에 대해 몇 개월간 쿠팡을 모니터링 했는데 의외로 우리가 더 우위에 있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논의 끝에 전통시장 최초로 지난달 13일부터 새벽배송을 개시했고, 2개월 시범운영을 거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불과 20여 일 밖에 안됐는데도 성과는 의외로 좋았다. 지금까지 전용 배달앱을 통해 거래한 가구가 500가구 정도이고, 재구매율도 50%에 이른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거대기업들처럼 전국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시장을 중심으로 한두 시간 내에 배달 가능한 곳, 특히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주 고객으로 삼아 적극 홍보했다. 전날 입고된 최상의 신선 농산물을 대기업 보다 더 싼 값으로 한두 시간 이내에 배달하니 통하더라”며 “또 신속 배달을 위해 아파트 거주자 중 시니어 배송직원을 모집했다. 단지 입구에 갖다 주면 이들이 주문 가구에 전달한다. 배송이 길어봐야 2단계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가능성이 보이자 중구의회가 상인들을 돕기 위한 지원조례를 준비 중이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도 관심을 갖고 노하우를 물어왔다고 한다. 그래도 어려움은 있다.
손 회장은 “가장 힘든 것은 선입견이다. 아직까지 고객들은 물건만 보고 판단하기 보다는 대기업이 가진 브랜드나 인프라, 공신력 등에 먼저 마음을 연다”며 “주문·결재나 제품 입·출하 시스템 등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것 등도 우리에겐 시급한 과제”라고 털어놨다. “이 도전이 성공을 거둬 전국 전통시장으로 확산돼 점 조직화된 거대한 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는 그는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이 거대 새벽배송 기업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그날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