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호응 따라 무대 올리는 시스템
- ‘블랙박스 뮤G컬’ 내달 중 6편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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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호 팀장이 ‘블랙박스 뮤G컬’ 등 공연기획 지향점을 설명하고 있다. 권환흠 기자 |
“도전이고 실험인 만큼 실패 가능성도 있지만, 김해가 창작자들이 머물며 작품을 개발하는 공연예술 인큐베이팅 거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종호 김해문화관광재단 공연기획팀장은 ‘블랙박스 뮤G컬’의 지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2천 년 가야 역사의 중심지 김해에서, 철을 담금질해 제련하듯 창작 아이디어라는 원석을 다듬어 무대에 올리는 실험이 시작됐다. 지난해 문예회관 특성화 지원사업으로 출발한 블랙박스 뮤G컬은 관객 평가를 바탕으로 창작 뮤지컬을 단계적으로 성장시키는 플랫폼이다. 30분 낭독공연으로 가능성을 가늠한 뒤 60분 이상 쇼케이스로 발전시키고, 최종 창작 초연까지 잇는다.
처음에는 낯선 형식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의상과 대형 무대장치 없이 셔츠 차림의 배우들이 대사와 노래만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낭독공연이어서다. 하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박수 치고 즐거워하던 관중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작품을 고민하며 신중히 투표했다. 30분 낭독극은 만석이었고 60분 쇼케이스와 초연도 절반 이상의 관객들이 자리를 했다.
‘블랙박스’는 경남 최초 가변형 극장인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을 가리키는 동시에 창작의 실험실을 뜻한다. 서 팀장은 “검은색은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색이기도 하지만,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정했다”며 “완성된 공연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들과 함께 작업하며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으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지컬을 선택한 데에는 장르의 대중성과 확장성이 작용했다. 그는 “요즘은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아이디어 대본 좋은 곡으로 승부하는 소규모 창작 뮤지컬이 많아졌다”며 “한국 창작 뮤지컬도 해외에 라이선스로 유통되거나 현지에서 재창작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 방식은 가야 철기문화에서 착안했다. 우연히 박물관에서 철기 제작 과정을 보게된 것이 계기였다. 철을 캐내고, 불에 달구고, 두드려 완성하는 모습을 뮤지컬에 대입해 ‘작품의 발견-작품의 단조-공연의 완성’이라는 3단계 시스템을 만들었다.
신진 창작자 중심의 실험에는 한승원 예술감독이 힘을 보탠다. 여러 차례 고사하던 한 감독은 공연기획팀의 열성적인 회의 모습을 보고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권리 운영도 ‘소유’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는다. 초연까지 이른 작품은 권리를 바탕으로 유통과 성장을 모색하고, 개발을 멈춘 작품은 창작자가 다른 환경에서 발전시킬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다. 지난해 상위권에 들지 못한 ‘전래동화 파업합니다’가 이후 대구에서 공연 기회를 얻은 것이 사례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 공연예술 생태계 조성이다. 김해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가 약 10명에 그칠 만큼 기반이 척박해서다. 서 팀장은 “지역 대학 교수들은 서울에 갔다 돌아온 학생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며 “기반이 없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블랙박스 뮤지컬은 오는 11월 11~21일 6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난해 낭독 공연에서 1위를 차지한 ‘아라, 바다를 속인 여자’는 60분 쇼케이스로, 쇼케이스에서 호평받은 ‘위대한 피츠제럴드’는 창작 초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특히 올해는 대만에서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나타내며, 대만콘텐츠진흥원(TAICCA)과 연계한 ‘결혼하지 않는 세 여자’가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