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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색 영장 범위 밖 확보한 증거
- 애초 혐의와 달라 법원서 배제
- 필로폰 양성 반응 피의자 소변
- 봉인 등 절차 안지켜 무죄 선고
- 수사에 법률적 판단 역량 추가
- 증거 적법수집·관리능력 필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2가 규정하는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이른바 위수증 조항이다. 증거가 적법하지 못하거나 신뢰하기 어려우면 기껏 잡은 범인도 풀어줘야 한다. 법적 절차가 준수돼야만 실체적 정의도 실현할 수 있다는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보여준다. 한때는 법원도 수사기관이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다는 사정을 감안해 판결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절차의 적법성을 엄격히 따지며 적지 않은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다.
‘부적법 절차’에 발목이 잡혀 수사가 무너지는 사례는 점차 늘고 있다. 게다가 형사사법체계 대격변으로 경찰 수사 적법성을 통제해 온 검찰까지 사라져 우려가 더 커졌다. ‘수사 전문가’일 순 있어도 ‘법률 전문가’일 수는 없는 경찰이 앞으로 어떻게 스스로의 적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오른 것이다.
■“불법촬영물 소지” 자백에도 무죄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은 적법 절차가 중시되는 대표적 영역이다. 실체 규명에 꼭 필요한 절차지만, 적법하지 못하게 집행된다면 어렵게 확보한 증거는 무용지물이 된다.
압수수색이 부적법했다는 이유로 다량의 불법촬영물을 소지한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도 발생했다. 부산지법 형사2-3부(김현희 재판장)는 지난해 4월 불법촬영·유포와 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심에서 소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수사 당시 경찰은 A 씨가 전 여자친구와 성관계한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그의 휴대전화와 저장장치를 압수했다.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던 경찰은 그가 다른 피해자들과 성관계하며 촬영한 영상 149개를 찾아내 소지 혐의를 추가했다. 게다가 A 씨는 법정에서 영상을 소지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상의 촬영 주체와 피해자, 범행 시기와 방법 등이 애초 영장에 적힌 혐의와 다르다고 봤다. 같은 성범죄라는 이유만으로 별개의 영상까지 압수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경찰이 새로운 영상을 발견했다면 탐색을 멈추고 별도의 영장을 받는 등의 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 절차 없이 계속 영상을 탐색·복제·압수한 결과, 해당 영상과 이를 기초로 확보한 피의자 진술·분석보고서 등 후속 증거까지 배제된 것이다. 항소심은 이 수사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실질을 침해해 예외적으로 증거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A 씨의 법정 자백 진술도 증거에서 배제됐다. 자백이 유일한 증거라면 유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는데,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적법 절차 탓에 배제됐기 때문이다. 항소심은 불법촬영·유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소변서 필로폰 검출돼도 죄 못 물어
수사 난도가 높은 마약 사건은 부적법 절차에 따른 무죄 선고가 잦은 사례의 범죄유형으로 꼽힌다. 범행이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데다 체모 등 직접 증거 확보가 어렵고, 먀악사범들도 점조직화하거나 수사기법을 공유하는 식으로 수사망을 벗어나려 애쓰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발표된 연구 ‘마약류범죄 수사에서 적법절차위반의 이론과 실제’(경찰대학 임우섭·김면기 연구원)를 보면 사정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인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고된 마약 사건 중 절차 위법이 다퉈진 1심 판결 156건 중 29건에서 절차 부적법이 인정됐다. 21건은 무죄 또는 공소기각으로 이어졌다. 연구진은 “마약수사 전담부서뿐만 아니라 초동조치를 담당하는 지구대·파출소 단위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교육 및 실무 지침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연구가 발표된 시기, 부산에서는 연구진의 시사점이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나왔다. 경찰의 허술한 실무 탓에 소변에서 필로폰이 검출된 피의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당시 부산지법 형사11단독 이호연 판사는 지난 6월 10일 피의자 B 씨의 필로폰 투약·약물운전·위험운전치상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B 씨는 2024년 6월 1일 음주운전 의심 신고로 경찰 추격을 받자 부산 동래구에서 북구까지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역주행하다 다른 차량을 들이받아 4명을 다치게도 했다. 차량을 버리고 도주한 B 씨를 붙잡은 경찰은 그가 버린 가방에서 필로폰을 발견했다. 체포 뒤 B 씨가 제출한 소변은 간이 시약검사에 이어 국과수 감정에서도 필로폰 양성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소변이 채취된 이후였다. 경찰관은 소변을 증거물 병에 담고도 봉인용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채 조사실 밖으로 나갔다. 수사관은 법정에서 이후 소변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며 사무실 책상이나 냉장고에 있었을 것 같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채취부터 보관·이송까지 검체가 같은 상태로 유지됐음을 확인할 기록도 없었다. 이 판사는 검체가 B 씨의 소변과 동일한지, 오염이나 훼손 가능성이 차단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압수 절차상 위법도 드러났다. 차량에서 나온 필로폰은 경찰이 수색 과정에서 B 씨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아 증거에서 배제됐다. 이 판사는 이미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였고, 참여를 배제할 만큼 급박한 사정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범인 잘 잡는 것만으론 부족”
현행범 체포 등 경찰이 현장에서 직접 판단해 신병을 확보하는 데에는 특히 적법 절차가 강조된다. 체포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연행 상태에서 이뤄진 조사 내용 모두가 증거로 쓰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6단독 김세이 판사는 지난 1월 음주측정을 거부한 피의자 C 씨에게 이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 당시였던 지난해 4월 경찰은 부산 사하구에서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운전자 C 씨의 집을 찾아갔다. C 씨는 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현관문을 닫으려 했지만 경찰은 이를 막았다. 실랑이가 이어지자 경찰은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 대화하자고 요구했다. C 씨는 로비에서 음주측정을 거부한 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 판사는 로비까지 따라 내려온 과정이 자발적 의사에 따른 동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동행을 거부하거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는 점도 보장되지 않았다. 경찰이 C 씨를 만난 때는 운전 종료 후 10분 이상 지난 시점이었고, 로비로 데려가기 전 적법하게 체포한 사정도 없었다. 법원은 이를 위법한 강제연행으로 보고, 그 상태에서 이뤄진 측정 요구를 거부했다고 처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범죄 현장·증거물 관리와 영장 범위, 동행·압수 절차는 현장의 수사관이 판단해야 한다. 범죄 단서를 찾아내는 ‘수사 전문가’의 역량에 더해 법률적 요건을 판단하고 지키는 역량이 필요한 이유다. 검사의 수사지휘가 폐지된 현재,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적법성을 점검할 책임도 커졌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증거를 확보한 뒤 기록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는 압수 당시의 위법이나 검체 관리의 공백을 되돌리기 어렵다. 압수수색의 범위와 참여권, 검체(범죄현장 증거물)의 봉인·인계 기록, 동행의 자발성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며 “범인을 잘 잡는 능력이 처벌로 이어지려면 증거를 적법하게 수집하고 끝까지 관리하는 능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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