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주택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과 유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80대 주인이 구속을 면했다.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각각 시체유기와 시체유기교사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 김모씨와 8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구로구 구로동 주택가 쓰레기 배출 장소에 시신을 직접 유기한 혐의를 받는 60대 김씨에 대해선 "주거가 일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도망할 염려가 있다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신 유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80대 김씨에 대해서도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가족관계와 고령인 점, 건강 상태, 50년 전 처벌받은 것 외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심문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의 구속 사유와 긴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80대 김씨는 구로구 다세대주택 집주인이며, 60대 김씨는 과거 이곳에 세입자로 거주하면서 평소 80대 김씨를 아버지처럼 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유기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80대 집주인은 자신이 버리라고 한 것이 시신인지 몰랐으며, 인형처럼 보이는 물건이 있어 버리라고 지시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60대 김씨는 자신이 버리는 것이 시신일 수 있다는 의심은 들었다고 경찰에 말했다.
이날 구속 심사 출석을 위해 법원에 들어선 60대 김씨는 '시신인 것을 알고 유기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인형인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어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예"라고 했고, '시신 유기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물음에는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이들이 버린 시신의 신원은 중국 국적의 불법체류자로 파악됐다. 타살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고, 시신의 부패와 건조로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망자는 생전 80대 김씨 소유 다세대주택에서 아내와 함께 거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내는 남편이 숨진 사실을 신고하면 불법체류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도주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앞서 비닐과 신문에 싸인 상태였던 시신은 닷새간 방치돼 있다 27일 오전 11시께 구로구청 소속 환경미화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이미 부패와 건조가 진행돼 '미라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