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로 인해 불거진 '독도 파문'을 진화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의 관계 악화가 장기화 될 경우 악영향이 다방면으로 파급될 우려가큰 데다 당장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북핵 6자회담 등에서 한국측에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안의 성격상 타협이나 양보가 불가능한 영토 문제로, 한국측이 주권 침해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일본 정부로서 뾰족한 대책을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측은 한국이 요구하고 있는 해설서의 독도 관련 기술 내용 삭제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독도나 교과서 문제 등으로 관계가 크게 악화됐을 때 그랬던 것처럼 한국 내 반발이 수그러지기만을 기다리며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에서는 현재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측에 냉정한 대응을 촉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물론 중학교 새 학습지도요령 사회과 해설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한 것에 대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그러면서 '고유의 영토'라는 직접적 표현을 쓰지않은 점을 들어 양국 관계 악화를 우려해 한국측에 특별히 배려했다는 측면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는 14일 "우리나라의 역사, 영토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것이다"고 강조한 뒤 한국의 반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극복해 깊이있게 이해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냉정한 대응을 요구했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도 "하나 하나의 안건을 놓고 일한 관계가 크게 좌우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한국측에 냉정한 대응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지 않은 점에는 "일한 신시대로의 흐름이 끊길 뿐 아니라 6자 회담과 납치문제를 포함한 북일간 제반 현안의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한 관계를 가능한 한 엉망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의 표현이다"며 크게 선처를 베푼 것 처럼 생색을 냈다.
한일 양국은 과거에 얽매이지않고 실용외교를 앞세운 한국의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향해 막 출발선을 떠난 상태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시마네(島根)현의 독도 조례 제정 등으로 중단됐던 정상간 셔틀외교도 재개됐다. 이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도 벌써 3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뿐 아니라 올 가을 한중일 3국 정상회담과 후쿠다 총리의 한국 방문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설서 문제로 야기된 독도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는 한 셔틀외교 등의 일정을 강행하기가 곤란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일 관계가 이명박 정권 출범 5개월도채 안돼 노무현 정권 시절로 되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한국 내 여론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이번 해설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초강경 대응을 하고 있는 배경으로 이명박 정권의 저조한 국내 지지율을 들고 있다. 민감한 독도 문제에 잘못 대응했을 경우 정권이 입을 치명상을 우려, 강력한 대응으로 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에서는 납치문제 해결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핵 문제가 북미 협상을 중심으로 급진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납치문제를 한미일 3국간 연대를 통해 진전시킨다는 전략이지만 한국이 연대를 외면하거나 소홀히 할 경우 북한에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가 약해질 것은 뻔한 일이다.
또한 6자회담에서 가뜩이나 '외톨이'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인 일본으로서는 한국과의 관계 악화가 길어 질 경우 고립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