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의 중심가인 파울리스타(Paulista) 대로.
2.7㎞ 남짓한 이 도로는 요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브라질 국민의 열망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부터 파울리스타의 끝 자락에 있는 '프라사 도 시클리스타'(Praca do Ciclista: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광장'이라는 뜻)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시민단체 '자유통행운동'(MPL) 주도로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시위에 참가하려는 인파였다.
시위는 정부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항의해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 처음 상파울루에서 2천여 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늘었다. 17일 25만 명에 이어 이날은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참가했다.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시 당국은 전날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방침을 철회했고, MPL은 이를 '국민의 승리'로 규정했다.
브라질 제1·제2 도시 상파울루와 리우를 중심으로 한때 시위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규모가 커졌다.
이유가 궁금해 시위를 맨 앞에서 이끄는 MPL 회원에게 물었다. 자신의 이름을 페드로라고 밝힌 이 회원은 "오늘 가장 큰 깃발에 적힌 말은 '우리는 부패에 반대한다'는 구호"라면서 "브라질 사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기를 바라는 국민이 모두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울리스타를 따라 행진하는 시위대는 "우리는 브라질인, 우리는 자랑스러운 브라질 국민"이라는 내용의 노래를 불렀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철회시킨 시위대의 얼굴에는 분노 대신 웃음과 자신감이 넘쳤다.
곧이어 누군가의 선창으로 브라질 국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딸과 함께 행진하던 마리아 루이지(45·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모녀의 손에는 꽃이 3송이씩 들려 있었다.
시위에 참가한 이유를 묻자 마리아는 "사회 지도층은 국민이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그들은 불평등을 줄이고 부정부패를 없애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옆에 있던 대학생 펠리피 알렌카르(20)는 "정부에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기업을 위해 일한다"고 거들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1인 대자보'가 눈길을 끌었다. 도화지 크기의 종이에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썼다. '정당 철폐' '폭력사건 반대' '교육예산 국내총생산(GDP)의 10% 확보' '동성결혼 합법화' 등 요구 사항이 다양했다.
자신을 아티스트로 소개한 한 여성(22)은 "대중교통요금 인상 때문에 시위가 벌어졌지만, 열악한 공공 서비스를 개선하고 치안불안을 해결하라는 요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면서 "우리는 존엄성을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라질은 과거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 직선제를 포함한 정치개혁을 이루고 부패의 고리에서 허우적대던 대통령을 탄핵시킨 역사적 경험이 있다.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로 벌어진 이번 시위에서 브라질 국민이 또다시 승리의 역사를 쓸지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