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방이민국이 발급한 임시망명허가서 사본. AP 연합뉴스

- 러 내부선 대체로 호의적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임시 망명 신청을 러시아가 허가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오는 9월로 예정된 양국 정상회담까지 거부할 의사를 내비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1일(현지시간) 스노든에게 1년간 임시 망명을 허가했다. 스노든은 홍콩에서 NSA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을 폭로한 뒤 지난 6월 23일 러시아로 피신해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의 환승구역에 은신해 오면서 지난달 16일 러시아 연방이민국에 임시 망명을 신청했다.

러시아의 임시 망명 허가 소식을 접한 미국 정부와 정치권은 격앙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스노든에 대한 망명 허용은 법 집행과 관련한 양국 간의 오랜 협력을 훼손했다. 공식·비공식 요청에도 러시아 정부가 이런 조치를 내린 것에 매우 실망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사안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9월 러시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상회의의 유용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G20 정상회의 불참이나 정상회담 거부를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스노든은 미국 법정에서 처리돼야 하는 인물이지 러시아로 망명할 수 있는 자유인이 아니다"면서 즉각적인 송환을 재촉구했다.

척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등을 찌르고 나서 비틀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개최지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다른 정상들에게 권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내 여론은 스노든에 대한 임시 망명 허용에 대체로 호의적이다. 키릴 카바노프 대통령 인권위원회 위원은 "스노든의 임시 망명을 허용한 것은 예상됐던 일"이라며 "그가 러시아에 영구 정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렘린궁은 러·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놨다.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미국에서 스노든 문제를 둘러싸고 어떤 관심이 조성돼 있는지 알고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신호도 받지 못했다"며 "이번 사건이 러·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러 관계는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구축 계획 강행, 미·러 양국의 상호 인권법 제정과 인권 침해자 제재 명단 발표 등으로 상당히 불편했었다. 그러다 지난 5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모스크바 방문으로 화해 국면으로 전환되는 향상을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의 스노든 임시 망명 허가로 올해 초의 긴장 관계로 회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