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종교 신념과 관계없이
- '외로운 늑대'들이 대중 살상
- IS 기획·지원 없이도 발생
유럽이 공포에 휩싸였다. 종교나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는 외톨이 청년들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극단적 폭력을 자행하면서 유럽 전역에 더는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뮌헨 쇼핑몰 총격과 앞선 18일 뷔르츠부르크 열차 도끼 만행이 독일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공포의 밤을 보냈다. 우리 누구라도 있었을 법한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들에 과연 어디가 안전하냐는 의문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번 뮌헨 총격은 과거 총기난사 사건들을 집착적으로 연구하고 우울증을 앓았던 18세 이란계 독일인 학생이 저질렀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범행 장소인 맥도날드로 더 많은 사람을 모으기 위해 다른 사람의 페이스북 계정을 해킹해 거짓 안내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더욱이 독일 관계당국으로부터 사전에 전혀 주목을 받지 않았을 만큼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프랑스 니스에서 84명이 사망한 테러까지 포함해 불과 9일 사이에 발생한 세 차례 사건은 개별 형태가 다르지만 사회에 섞이지 못한 외톨이 청년들의 광기가 일반 시민을 향한 극단적인 폭력으로 치달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도끼 만행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청년, 니스 테러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튀니지계 니스 거주자(31)의 소행이었다.
이처럼 범인들의 신분과 동기 등을 종합한 결과 전문가들은 최근 뚜렷한 정치·종교적 목적을 가지고 인명 살상을 자행하는 전통적인 테러의 개념이 무너지고 테러와 광기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뒤섞인 형태로 발현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안보연구 국장은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니스 테러와 뮌헨 총기 난사 모두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화가 난, 정신적으로 불안한 청년이 한 일"이라며 "근본적으로 개인적 분노보다 정치적 이념에서 동력을 얻은 이가 테러리스트지만 그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니스 테러와 독일 열차 도끼 만행 모두 IS가 적극 기획하거나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연합(EU) 공동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2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일어난 테러 모두 IS가 배후라고 밝혔지만 IS가 기획·지원·실행을 직접 한 테러는 한 건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개인적 광기와 테러의 경계가 모호해질수록 안전을 보장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유럽은 이미 일상에서의 테러 공포에 빠져 있다. 그동안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부터 극우 성향의 인종·민족주의자 단체와 관련된 테러까지 광범위한 정치적 테러가 적지 않게 벌어졌다. 여기에 사회에 불만을 품은 외톨이들의 범행까지 발생해 유럽에서 안전한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