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환대의 도시'로 가는 길…명예영사에 듣는다 <2> 도용복 엘살바도르 명예영사

“친절·문화로 우호의 다리 놓으면 경제교류 따라와”

  • 조봉권 편집국 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  |   입력 : 2019-12-16 19:57:28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300일 근무에 65일 오지탐험
- 172개국 여행… 올 12개국 계획
- 6·25전쟁 원조국에 ‘결초보은’
- 강도가 여행가이드 되는 체험

- 엘살바도르와 음악 중심 교류
- 한국 기업 현지진출 많이 도와
-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
- 부산, 동남아와 인연 이어가야

“엘콰도르 오지 여행 때였죠. 제 숙소는 외진 곳 작은 도미토리였습니다. 일박에 우리 돈으로 7000원 하던 곳이었죠. 하루 일정을 끝내고 밤에 숙소로 들어가던 길이었습니다.”

도용복 엘살바도르 명예영사가 부산 부산진구 사라토가 사무실에서 바람직한 도시 외교 방안에 관하 이야기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숙소로 접어드는 좁은 골목에서 건장한 삼인조 남성이 다가와 그를 덮쳤다. 칼을 들이대며 돈을 몽땅 내놓으라고 했다. 그들은 강도였다. 오지 탐험을 하면서 이런 일을 가끔 겪고 들었던 그는 까딱 판단 잘못하면 목숨이 날아갈 상황임을 직감했다. 도용복(76) 엘살바도르 명예영사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가진 걸 시원하게 넘겨줬죠. 그렇게 선선히 가진 걸 내놓는 사람은 처음인지 그들도 얼떨떨해하더군요.” 그런데 중요한 건 ‘선선히 금품을 내놓은 것’에 있지 않다. 그 순간 그가 했던 생각과 돈을 뺏으려던 그들에게 했던 말에 새길 만 한 메시지가 있다, “제가 그랬죠. 에콰도르는 6·25 전쟁 때 한국에 물자를 지원해준 나라(38개 물자지원국 가운데 하나)다. 너희 덕분에 우리나라는 살아남은 셈이다. 너희에게 주는 건 아까울 게 없다. 그렇지만 비상금만은 남겨주라. 내일 밥 사 먹을 돈도 없게 생겼다. 안 그러면 너희가 날 좀 재워주든지.”

그들은 긴장이 풀렸는지 웃으며 그에게 30달러를 남겨줬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살펴보니 그들이 칼을 댄 허리춤의 옷이 찢겨 있었다. 도 명예영사가 덧붙였다. “그런 식으로 만났다가 저의 여행가이드가 된 현지인도 꽤 있습니다.”

부산에 본사를 둔 골프용품 기업 사라토가 회장인 도 명예영사는 “예를 들면, 6·25 전쟁 때 한국을 도와준 나라에 대해서 한국은 은혜를 잊지 않으며 반드시 보답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심는 방법과 마음가짐을 부산이 갖추는 것”을 제안했다. “명예영사로서 부산의 현명한 도시외교 방안은 어떤 것이겠느냐”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인상 깊게 지켜봤다”며 “그 성취가 일회용으로 끝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분들과 그 나라 국민이 다시 오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 명예영사는 좋은 도시외교 방안으로 친절과 문화의 힘을 일관되게 꼽았다. 사실 오지탐험가, 음악 애호가, 강연가, 명예영사, 기업인 등으로 두루 널리 알려진 도 명예영사는 아무리 오래 인터뷰해도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이야깃거리·사연·경험·메시지가 풍부한 유명 인사다. 극도로 압축해 소개해보면 이렇다. 1943년 경북 안동 풍산에서 태어난 그는 6·25 전쟁 때 안동경찰서장이던 아버지를 여의는 등 큰 아픔을 겪는다.

“밥을 준다”는 조건 하나로 한국전쟁 격전지로 유명한 다부동 고지로 짐을 날랐던 꼬마 도용복은 중학교를 나온 뒤 무작정 부산으로 왔다가 “태평양을 보고는 그 광경에 설레” 정착한다. 소년 시절 부두 노동을 하는 한편 중앙동 다방에서 디스크자키를 보며 음악의 힘을 느낀다. 월남전이 터지자 자원입대해 위생병으로 복무한 뒤 귀국해 사업을 시작한다. 하루 4시간 자는 엄청난 부지런함으로 사업에 성공하고 오십 대에 접어들면서 세계 오지 탐험을 시작했다. “1년에 300일 일하고 65일 세계 오지를 탐험하는” 원칙을 실천하다 보니 172개국을 여행했다. 이번 달부터 12개 나라를 더 돌고 오면 184개국이 된다. “무모하다”며 모두 말리던 우즈베키스탄 골프장 경영에 뛰어들어 10여 년 만에 가치를 20배 올리며 큰 성공을 거둔 데는 ‘홀로 하는 오지 탐험’에서 얻은 통찰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을 능가하는 파란만장이다.

“그런 삶을 살다 보니, 탐험 도중 죽을 고비도 꽤 넘겼지만 친절·환대·문화의 힘을 절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2004년 엘살바도르 명예영사로 위촉된 것 또한 현지를 여행할 때 그곳 가객들에게 친절을 베푼 것이 계기였다. “명예영사가 된 뒤 음악을 중심으로 문화교류를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엘살바도르에 진출하도록 ‘다리’도 많이 놓게 됐다.”

도 명예영사는 “친절과 문화의 힘으로 먼저 우호의 다리를 놓으면 경제교류도 따라 오는 것을 많이 봤다. 부산 도시외교도 문화의 힘에 주목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조봉권 편집국 부국장 겸 인문연구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6. 6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6. 6[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7. 7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8. 8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9. 9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