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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중국특색사회주의 기원 찾아서 <하> 날아 오른 중화제국의 유령

개혁개방으로 G2 우뚝… ‘중화제국 영광 재현’ 야욕 드러내

  • 신봉수
  •  |   입력 : 2021-07-04 19:46:29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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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샤오핑 경제성장 최우선 기치
- 국내는 소유구조의 개선에 초점
- 대외는 서방과 수교해 투자 유치
- 화교자본 끌여들여 종잣돈 활용

- 자본주의 도입하자 이념적 혼란
- 결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불러
- 유혈진압 뒤 개방 확대 정면돌파

- 일당 독재 도구로 사회주의 활용
- 어긋난 애국주의는 주변국 위협

■목숨을 건 서약

1978년 11월 24일 안후이(安徽)성의 한 농촌에 18명의 농민이 비밀리에 모였다. 모임의 말미에 이들은 죽음을 각오한 서약서인 생사장(生死狀)에 서명했다. 서약서의 핵심은 토지를 각 농가에 분배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모임을 주도한 사실이 발각돼 처벌받으면 그 가족을 책임지고 부양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2월 18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이 공식적으로 시행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자본주의방식의 토지 경작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개혁과 개방

덩샤오핑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생산력 발전이 우선이라는 흑묘백묘론, 능력 있는 개인과 집단이 먼저 부자가 되는 것을 장려하는 선부론, 경제성장을 국가의 최우선적인 목표로 설정한 하나의 중심과 두 개의 기본점, 외국자본의 유치를 위한 경제특구의 설치 등과 같은 정책을 통해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위한 정지작업을 벌였다.

국내 개혁은 소유구조의 개선에 초점을 맞췄고, 대외 개방은 자본주의국가와의 수교와 투자 유치에 집중했다. 농촌에서는 농가에 토지의 경작권을 주는 승포제(承包制)를 통해, 도시에서는 중소자영업자의 영리활동을 허가하는 개체호(個體戶)를 통해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승포제와 개체호는 급속한 생산력 발전을 가져왔다. 풍족한 식량 생산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던 기아를 해결했고, 사영기업은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대외 개방은 미국에 이어 서방국가와 정식수교를 맺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투자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선전(深川) 같은 연안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구 자본가는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한 것은 화교자본이었다. 동남아의 상권을 쥐고 있던 화교자본이 홍콩을 통해 유입되면서 국가발전의 종잣돈이 됐다.

■톈안먼의 민주화시위

애덤 스미스가 말한 진보의 역설은 중국에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급속한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빈부격차는 심화했다. 평등한 사회주의를 지향했던 중국 인민에게 빈부격차는 낯선 개념이다. 변화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사회주의 초급단계론, 사회주의 시장경제론 같은 개혁개방의 논리가 만들어졌다.

개혁개방의 논리를 단순화하면 이렇다. 중국은 자본주의가 발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주의혁명을 달성해 생산력이 낮은 저발전의 사회주의 초급 단계다. 이런 단계에서 생산력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사회주의 고급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계획과 시장을 동시에 활용하는 사회주의시장경제론은 생산력 발전에 도움이 된다. 마르크스도 생산력 발전이 필요한 과도기 단계에서 빈부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도입에 따른 이념적 혼란을 사회주의적 논리로 해소하려고 했지만 역효과가 나타났다. 1989년 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모인 시위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걸맞은 민주화와 사회주의 정치체제의 개혁을 요구했다. 시위 대처에 미온적이던 당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이 물러나고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시위는 유혈 진압됐다. 유혈로 끝난 시위는 후유증을 남겼다. 국내적으로 보수 세력은 개혁개방의 속도 조절을 원했으며, 대외적으로 서방국가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중국에 외교적인 압박을 가했다.

■위로부터의 개혁

덩샤오핑은 톈안먼 사건으로 빚어진 국내외적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개혁개방의 과실을 누리고 있던 상하이 선전 등 남부지역을 방문한 덩샤오핑은 개혁과 개방을 심화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후 아래로부터 시장이 주도했던 변화는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으로 변했다. 사영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진 국유기업이 문을 닫거나 구조 조정됐고, 외국과의 수교도 한층 넓혀 나갔다. 한국과의 수교도 이 시기에 이루어졌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동아시아 국가의 개발독재와 닮았다.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앙집권적 성장정책이 쏟아졌다. 도시와 농촌은 물론 서부지역과 동부지역,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간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했다. 빈부격차의 측도를 재는 지니계수는 톈안먼 사건 이전인 1988년에는 38.2였지만, 1992년에는 45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높을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며, 40 이상일 경우 사회체제의 안정도 위협받게 된다.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부작용에도 개혁개방을 가속한 중국은 승승장구했다. 2007년 사유재산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물권법이 시행된 데 이어 2010년 국내총생산(GDP)은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세계 유수한 연구기관은 2028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1위가 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추월의 시간표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특색사회주의

중국 정치지도자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마르크스주의의 보편적인 진리를 중국의 구체적인 실제 상황과 결합해 중국 특색에 맞는 길로 나가는 것이다”고 정의한다. 거칠게 말하면 중국특색사회주의는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독재를 정당화하면서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결합한 것이다.

중국의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혁명에 나섰다. 그래서 농촌을 근거지로 한 계급투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혁명은 성공했지만, 생산력은 낙후해 중국의 사회주의는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덩샤오핑은 집권하자 생산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중국특색사회주의가 지향하는 지점이다. 시진핑은 2050년에 중국을 사회주의 강대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중국특색사회주의는 마르크스가 예언한 계급 없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 발전을 통해 강대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국이 계몽을 압도

자본주의가 공산당 일당독재의 사회주의체제를 구했다는 식의 이념적 수사는 중국인에게 중요하지 않다. 한때 중국의 사회주의자가 과학이라고 여겼던 마르크스주의도 신화로 변한 지 오래됐다. 사회주의는 국가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공산당 일당독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사회주의 이론을 도구로 중국이 얻고자 하는 것은 중화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아편전쟁 이후 사회주의 중국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서구로부터 받았던 ‘세기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다. 중체서용을 내걸었던 양무운동, 서구의 법과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던 무술변법, 군주제를 종식시킨 신해혁명, 무산자계급의 사회주의 혁명,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개혁개방정책 등 중국의 현대사에서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정신은 서구의 도전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다. 아편전쟁 이후 서구로부터 현대 문명이 유입되고, 이에 따라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계몽적 가치가 들어왔지만 구국이 계몽을 압도해 왔다는 평가는 그래서 옳다.

■중화제국의 유령

중국의 애국주의는 인민은 물론 정치 지도자, 심지어 학자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서구에서 시작된 현대적 가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 집중돼 있다. 반면 중국의 전통 가치인 유교는 공동체를 우선해 왔다. 그래서 현대적 가치와 유교적 가치는 서로 포섭하기보다 공존해야 한다. 그리고 공존을 위한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교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은 물론 서구가 낳은 현대 문명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가치를 담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아전인수격인 애국주의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대국 중국의 애국주의는 역사는 물론 김치와 한복 소동에서 알 수 있듯이 주변 국가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중국 위협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주권에 기초한 수평적이고 다자적인 국제 질서가 아닌 조공과 책봉이라는 전통시대의 수직적인 천하 질서도 호출되고 있다.

한때 아시아를 지배했던 중화제국의 유령이 어른거리는 것을 착시 현상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신봉수 베이징대 정치학박사·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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