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통’ 이미지로 민심 등 돌려
- 결선 투표율 53년 만에 최저치
- 총선 여소야대 성적표 받을 수도
- 극우파 르펜 선전, 존재감 과시
- 막판 터진 러 자금대출에 쓴 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6년 새로운 중도와 제3지대를 지향하며 전진하는공화국(LREM)을 창당, 이듬해 처음 도전한 대선에서 바로 대권을 잡았고 이번에 연임에 성공하면서 5년의 시간을 더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최고 명문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국립행정학교(ENA)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 캠프에서 일한 인연으로 2012년 엘리제궁 경제보좌관으로 발탁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좌우 이념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정치세력을 표방하며 프랑스 정치사를 양분해온 우파 공화당(LR)과 좌파 사회당(PS)의 시대를 저물게 만든, 새로운 정치 지형을 연 인물이다. 이처럼 혜성처럼 나타나 대권을 거머쥐었고, 5년 뒤엔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하는 등 큰 성과를 냈지만 ‘집권 2기’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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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자들이 24일(현지시간) 파리 에펠탑 앞에 모여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마크롱
연임으로 연금 개혁 등 그가 집권 1기부터 시행해 온 정책은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정년을 현행 62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려 연금 제도의 재정 압박을 덜고, 물가 상승으로 약해진 구매력을 강화하고자 자영업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을 줄이면서 연금을 물가상승률에 연동하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노동자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는 기업 친화적 기조도 유지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사태를 맞아 유럽연합(EU) 중심국으로서 역할을 계속 주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투표 결과를 뜯어보면 정책 연속성을 위한 집권 2기 동력 확보가 마크롱 대통령에겐 발등의 불이란 점을 알 수 있다.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르펜 후보를 17.1%포인트 차로 제쳤지만 5년 전 32.2%포인트 차에 비해선 득표율 차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5년 전 프랑스 국민은 대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LREM에 하원 과반 의석을 몰아주는 등 마크롱 대통령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유류세 인상, 연금제 개편 시도, 코로나19 대응 등 과정에서 불거진 ‘불통’ ‘우파’ 이미지로 민심이 등을 많이 돌린 탓인지 대선 1차 투표에서 르펜 후보는 물론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각각 20%가 넘는 득표율을 가져갔다. 결선 투표율도 71.99%로 집계돼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 재선에 도전했던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분열이 심화한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오는 6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집권 2기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대선 결과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의 LREM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작다. LREM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정 또는 동거정부를 구성해야 할 수도 있어 그의 집권 2기의 동력은 크게 약화할 수 있다.
■러시아에 발목 잡힌 르펜의 ‘전진’
2012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프랑스 역사상 첫 극우 및 여성대통령’ 도전에 나섰던 르펜 후보는 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그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이 나왔고, 특히 5년 전과 비교해 득표율 차가 크게 줄어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 색채를 희석한 대신 민생 문제에 가까이 다가간 덕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는 격차가 컸다. 여론조사 공표 가능 마지막 날인 지난 8일 Ifop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 대결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이 52%로,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48%)보다 불과 4%포인트 앞섰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17%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이를 두고 선거 막판에 터진 ‘러시아 정치자금 대출’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르펜 후보는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가 있는 퍼스트 체코 러시아은행(FCRB)으로부터 960만 유로를 대출받아 현재 이자 등을 갚는 중이다. 또한 과거 그는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점도 최근 전쟁 시기를 맞아 여론에 민감하게 작용했다는 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