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대선 승리 후 당선소감
- “모든 국민 위한 대통령 되겠다”
필리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64·사진) 전 상원의원이 ‘독재자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의식, 과거 대신 현재 본인의 행동을 보고 판단해달라고 당선 소감을 통해 당부했다.
11일 로이터통신 보도를 보면 전날 당선 확정 뒤 마르코스 당선인은 “전 세계가 나의 조상 대신 행동을 보고 판단해달라”고 말했다고 대변인인 빅 로드리게즈가 전했다. 대변인은 이어 “이번 대선 결과는 모든 필리핀인과 민주주의의 승리”라면서 “지지 여부를 떠나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게 마르코스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당선인의 ‘과거’ 발언은 그가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아버지이자 독재자였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의식한 것이다. 마르코스 전 대통령은 1965년부터 1986년까지 필리핀을 장기집권했고, 1986년 시민혁명 ‘피플파워’로 하야했다. 1972~1981년 계엄령을 선포해 반대파 수천 명을 고문·살해하는 등 무자비하게 탄압한 독재자로 악명이 높다. 마르코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선친의 과거 독재 행적을 미화해 반대 진영을 자극했다. 또 전날 대선 승리가 굳어지자 선친 묘를 참배했다.
이에 필리핀에선 대선 불복 움직임도 인다. 대학생과 시민단체 활동가 등 400명은 전날 수도 마닐라의 선거관리위원회 건물 밖에서 집회를 열고 “마르코스의 대통령 당선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카라파탄도 대선 불복 운동을 전개할 의사를 보였다.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마르코스의 과거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싸움은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코스 당선인은 지난 9일 필리핀 대선에서 3107만 표를 얻어 경쟁자인 로브레도 부통령(1480만 표)에 압승했다. 당선인의 러닝메이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은 3152만 표를 획득, 팡길리난 상원의원(922만 표)을 큰 표 차로 누르고 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필리핀 차기 정부는 ‘독재자의 아들’과 ‘스트롱맨의 딸’이 이끌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