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든 “슬픈 날”… 선거 쟁점화
미국 연방대법원이 반세기 만에 낙태권 보장 판결을 뒤엎어 파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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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 결정 다음 날인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대법원 앞에서 낙태 반대 시위대(왼쪽)가 낙태 옹호론자들과 맞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지난 49년간 연방정부 차원에서 보장됐던 낙태권의 존폐 결정 권한은 각 주 정부 및 의회로 넘어가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주별로 낙태 정책 시행과 관련 입법 활동이 활발해질 전망인데, 전체 50개 주 중 절반 이상이 낙태를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것으로 점쳐진다.
1788년 미국 헌법이 비준된 이후 낙태권(임신중절권)은 주별 해석에 맡겼는데, 1973년 연방대법원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 전(약 임신 28주까지)엔 낙태를 허용한다’는 내용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했고, 1992년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사건 때 재확인함으로써 사실상 헌법 권리로 인정받았으나 이번에 뒤집혔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헌법은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으며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들 판결(로 및 케이시)은 기각돼야 한다”면서 “낙태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반환된다”고 결정했다. 1973년 낙태권이 헌법에 언급되지 않았어도 폭넓은 헌법 권리에 해당한다고 본 해석을 기각한 것이다.
50년 가까이 미국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했던 이들 판결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대법관 다수가 보수 성향으로 바뀌면서 뒤집히게 됐다. 전체 9명 중 보수 성향 대법관은 6명으로, 이날 판결에서는 5명의 찬성으로 폐기됐다.
미국 사회는 이번 판결을 두고 둘로 쪼개져 극심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낙태권 옹호 또는 반대 지지단체 간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낙태권 문제는 옹호하는 민주당과 반대하는 공화당을 구분하는 대표 사안일 정도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첨예한 논쟁거리여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때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원과 국가에 슬픈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례적으로 ‘직원 낙태권 보장’ 성명을 내고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 국무부는 모든 직원이 거주지에 상관없이 산부인과 시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주지사를 둔 주정부들은 ‘낙태 피난처’를 자처하며 원정 시술을 하려는 임신 여성에게 문을 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인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골드만삭스 등 기업도 직원 및 그 가족의 낙태 시술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