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 216일’ 영국서 최장 재위
- 1999년 방한 안동 생일상 화제
지난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재위 기간 70년의 영국 최장 집권 군주로 기록된다.
1926년 4월 21일 태어난 그는 1952년 2월 6일 아버지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25살 젊은 나이에 왕위에 올라 70년 216일간 재위했다. 전 세계로 치면 프랑스 루이 14세 다음으로 길게 재위한 왕이다. 재위 기간만 길었던 것이 아니다. 냉전과 공산권 붕괴, 유럽연합(EU)의 출범과 영국의 탈퇴 등을 겪어 그 자체로 현대사의 산증인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그의 부고가 전해졌을 때 “한 시대가 저물었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격동의 세월을 지나면서 허울뿐인 왕으로만 남지 않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였던 1945년 여군에 입대했고, 코로나19 때는 대국민 담화 메시지로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등 그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국민 단결을 끌어냈고, 정치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내 국민의 큰 존경을 받았다. 영연방을 결속해서 영국이 대영제국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했고, 미국 대통령 14명 중 13명을 만나고 유엔 연설을 하는 등 외교 무대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해 4월 70여 년을 해로한 남편 필립공을 떠나보낸 뒤 급격히 쇠약해졌지만 별세 불과 이틀 전 보리스 존슨 전 총리의 사임을 수락하고, 리즈 트러스 새 총리를 자신의 15번째 총리로 임명하는 등 마지막까지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
1999년 영국 군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우리 국민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양국 수교 116년 만에 한국을 찾은 여왕은 경북 안동에서 생일상을 받고 사과나무를 심었으며 안동 하회마을, 서울 인사동 거리, 이화여대를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은 10일간의 애도 기간을 거친 뒤 오는 19일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으로 엄수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은 여왕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다. 장례식에는 75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되며, 1997년 다이애나비 장례식 때(100만 명)와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사실상 서방과 전쟁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찰스 3세가 즉위한 뒤 가장 먼저 축하를 전했고, 장례식에는 불참하지만 서한을 통해 “이 어렵고 회복할 수 없는 상실 앞에서 용기로 이겨내길 바란다”고 고인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