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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실크로드 참여국 채무의 늪에 빠져 ‘가시밭길’

한중수교 30주년…중국을 다시 보다 <9> 일대일로 中 돌파구 되고 있나

  • 조광수 전 영산대 중국학과 교수
  •  |   입력 : 2022-11-08 18:55:4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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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현대판 실크로드 천명
- 中-亞-유럽-아프리카 잇는 전략
- 자국 과잉 설비·생산 해소하고
- 항만거점 확보해 美에 맞설 의도

- 투자 받은 저개발국들은 빚더미
- 中도 대출 회수 못해 금고 바닥
- 사업 재검토 등 속출… 내실 없어

지난날 실크로드는 악전고투의 교역로였다. 척박하고 험난한 실크로드를 개척한 동력은 이윤 추구, 즉 치열한 경제적 동기였다. 순교를 각오한 선교사마저 포기한 길을 낙타에 짐을 실은 상인이 사막의 모래바람과 설산을 넘으며 필사적으로 개척한 것이다. 순전한 이윤 추구를 문명과 교류라는 우아한 명분으로 포장한 것이 실크로드다. 그 과정에서 교역과 약탈은 선명하게 구분할 수 없었다. 실크로드는 약육강식의 한 전형이다.
2017년 5월 14일 중국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대일로는 ‘중국 몽’ 실천방안

일대일로는 시진핑 체제가 2013년에 제시한 글로벌 구상으로 신실크로드 전략이다. 실크로드로 대변되는 위대한 중국의 부흥, 즉 중국 몽의 실천 방안이다. 일대일로가 실크로드의 복원이자 확장이라면 본질적으로 상호이익과 약탈적 투자라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일대(一帶, One Belt)는 해상 실크로드이고, 일로(一路, One Road)는 육상 실크로드다. 하나의 띠와 길로 중국에서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전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65개 나라 40억 인구가 사는 공간에 도로 철도 송유관을 건설하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35년에 걸친 거대한 프로젝트다. 국가의 원대한 세계 전략에 국유 건설업체와 금융기관이 적극 참여해 149개 나라 32개 국제기구와 관련 협약을 체결해 진행하고 있다.

10년 동안 이미 1조 달러를 투입한 이 대역사(大役事)는 크게 두 가지 의도가 있다. 하나는 경제적 의도이고, 다른 하나는 외교 군사적 의도다.

■경제적 의도

먼저, 일대일로는 국내의 과잉 설비와 과잉 생산을 해소하고 새로운 경제 동력을 확보하는 데 아주 유용하다. 철강과 건설 등 이미 포화 상태의 산업이 해외에서 활로를 찾는 것으로, 중진국 트랩을 벗어날 수 있는 묘안이다. 게다가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점에서 선으로 다시 면으로 확대되어 왔다. 4곳의 경제특구에서 시작해 조건이 나은 동부 지역으로 확대되고 중부 지역을 거쳐 마지막에 가장 낙후된 서부로 점차 성장의 온기가 퍼져 갔다. 그런 의미에서 서부 대개발은 일단 지역 불균형 해소의 뜻이 있다.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대형 공사는 중국 서부 대개발의 연장인 것이다. 물론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의 독립 의지를 억압하는 효과도 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시작은 카자흐스탄과 파키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육상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중국 서부와 유럽을 잇는 요충지다. 양국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8000㎞의 도로를 건설 중이다. 파키스탄과는 과다르항에서 신장 카스까지 3000㎞ ‘경제 회랑’에 도로 철도 가스관을 짓고 있다. 과다르항은 해양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미국 해군이 장악하는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 중동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교두보다. 중국은 이 항구를 40년 동안 개발 운영할 권리를 확보했다.

말라카 해협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협으로 동양과 서양을 나누는 기준이기도 하다. 중국 입장에서 말라카 해협의 서쪽은 서양이고 동쪽은 동양이다. 이 해협은 세계 해상 무역의 50%가 집중되는 곳이다. 원유 수입 글로벌 1위이자 70%를 해외에 의존하는 중국으로선 미군이 관리하는 이 해협을 통해 원유가 수송되는 것이 불안하다. 일대일로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루트를 개발하는 건 사활의 문제다. 게다가 대만 통일 출사표를 써놓은 상황에서 언제가 될지 대만 해협을 건너는 순간 서방의 제재는 불가피하다. 에너지와 자원 수입의 우회로를 확보하고 무역 루트를 미리 뚫어 놓는 것 또한 꼭 필요한 전략이다.

■외교적 의도

다음, 일대일로는 시진핑 시대의 국제 전략, 즉 글로벌 팽창 정책이기도 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세계 곳곳에 항만 거점을 확보하고 해상 영향력을 확장해 해양 강국이 되려 한다. 최강 해군력을 보유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비전이다.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은 인도양의 요충지로 중국 자본이 기반 시설을 건설해 주었다. 부채 상환 불이행을 이유로 2017년부터 99년 동안 운영권을 중국에 양도했다. 중국은 막대한 투자와 지원으로 남태평양 12개 섬나라 중 8곳을 대만과 단교하게 했다. 특히 솔로몬 제도와는 군사 협정까지 체결했다. 70년 동안 미국의 호수로 간주되던 곳, 중국에서 5000㎞ 거리의 태평양에 군사 기지를 확보한 것이다.

일대일로는 중국 모델을 수출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은 세 번째 역사 결의에서 “세상에 유일한 현대화 모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온 세상이 모두 따라야 하는 현대화의 표준도 없다. 현대화가 곧 서구화라는 통념은 거부한다”며 중국식 현대화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중국 모델의 내용은 디지털 통제다. 인공지능과 안면인식 기술 등 하이테크를 활용해 정치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 역량이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시장자유주의를 시행하기 힘든 많은 개발도상국에는 중국의 모델이 유용해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일대일로 성적표

그러면 일대일로는 중국에 과연 경제적 돌파구가 되고 외교 군사적 교두보가 되고 있을까. 지난달 개최되었던 20차 당 대회는 ‘고품질 일대일로’를 강조하며 사업의 내실화를 위한 전면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해외 차관의 상환이 어렵게 되었고, 국내 경제 성장도 현저히 둔화하고 있다. 경제 영토는 넓혔으나 실속이 없는 것이다. 신실크로드로서 일대일로는 저개발국의 자원을 중국 자본으로 개발해서 상호이익을 누리자는 구상이나, 중국의 투자를 받은 나라들은 빚더미에 올랐고 중국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해 금고에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60%의 차관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 국유은행이 펀드를 조성해서 저개발국에 차관을 제공하고 그 재정으로 중국 기업에 발주해 공사하고 완공 뒤 운영 수익으로 부채를 상환하는 선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를테면,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는 일대일로 사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3분의 2가 넘는데 관광 수입마저 급감해 부채의 덫에 빠진 대표적인 경우다. 배우 이병헌이 영화 ‘내부자들’에서 “모히토 가서 몰디브 한 잔”이라고 했던 낭만적인 대사가 무색해졌다. 라오스와 스리랑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아예 중국에 넘긴 스리랑카는 대통령이 도피하고 올해 4월 국가 부도를 선언했다. 사업을 중단하거나 전면 재검토하는 나라들이 속출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의 평판도 나빠지고 있다. 참여국을 채무의 늪에 빠뜨려 경제적으로 종속시킨다는 불만부터 경제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애초 수익성 없는 사업을 지원해 참여국을 채무 불이행 상태로 몰아넣은 뒤 결국 군사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까지 상당히 엄중하다. 아프가니스탄의 ISIS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과거 영국의 식민정책 선봉이었던 동인도회사 같은 현대판 제국주의적 팽창”이라고 매도하기도 한다. 부채의 함정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건 약탈적 투자이며 신 식민정책이란 비판이 요란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10년 성과는 실패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 중요한 사업이다. 그렇다고 계속하기엔 또 너무 비효율적이다. 평판도 나빠졌다. 투키디데스 트랩과 중진국 트랩 모두를 단박 해소하는 묘안이었으나 역량 이상의 허세였고 행운도 따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가 긴 겨울 모드에 진입했다. 게다가 쿼드(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협의체)와 칩4(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제안한 미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 간 반도체 동맹) 등 미국의 맞대응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유연한 조정이 절실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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