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안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군부로까지 확산됐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초강경 극우 정부는 사실상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입법안을 추진, 야당과 민중의 반대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저항 기류가 군부로까지 퍼졌다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공군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복수의 군 당국자는 지난 3일 예비역 공군 조종사 수백 명을 대표하는 중대장급 50명 정도가 공군 수뇌부와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사법부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예비군 수백 명이 비필수 임무를 거부하겠다는 서명에 동참했으며, 일부는 이미 훈련 임무에서 철수한 바 있다. 주력 전투기인 F-15 중대에서 조종사 37명은 공군 참모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주 훈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당국자는 “이러한 분노가 군의 작전 태세에 영향을 미칠까 군 수뇌부가 우려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예비역 조종사는 시리아, 가자지구 공습을 이끄는 임무를 맡으며 이란 핵시설 공격에도 투입된다. NYT는 “군부 일선의 저항은 사법부 개정안이 불씨가 되기는 했지만 극우 정부의 강경 행보에 대한 우려도 섞여 있다”고 풀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해 12월 출범 이후 사법부를 장악하고자 ‘사법 개혁’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 판사 인사와 승진을 결정하는 사법 선출위원회 위원 구성을 여당이 주무를 수 있도록 변경하는 내용이 포함돼 사실상 사법부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정부나 의회가 주도하는 입법의 적법성을 사법부가 심사(사법심사)해 무력화할 수 없게 하고,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내린 결정도 의회가 과반(120명 가운데 61명 이상) 찬성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야당과 민중의 분노를 불렀다.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지난달 13일 예루살렘에서만 교사 학생 학부모 퇴역군인 등 10만 명이 총파업을 결의하고 밤샘 시위를 벌이는 등 ‘사법부 무력화 중단과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수 주째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