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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20% 수익보장'에 투자금 50배 급증…美회계사도 속았다 왜?

다른 미국 회사와 짜고 시세 조작…5개 가상화폐로 복잡한 구조 만들어

권도형 “성장세 지속·안정성 강하다” 현혹…직원 “모두 지어낸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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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일으킨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체포된 가운데 그가 어떻게 해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던 그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수사 당국은 권씨가 복잡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테라·루나 생태계’라는 그럴듯한 가상화폐 구조를 설계하고, 이 시스템이 계속 수익을 창출해내면서 유지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UST·이하 테라)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회사와 짜고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의 화려한 언사에 현혹돼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아 넘어가 전 재산을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거친 권 대표는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 창업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2019년 4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와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권씨 등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의 핵심은 루나 공급량을 조절해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에 맞춘다는 것이었다.

또 2021년 3월부터는 테라를 예치하면 19∼20%의 수익을 돌려준다고 약속하는 ‘앵커 프로토콜’을 내세워 투자자들을 유인했다.

지난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연방법원에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테라 유통량은 발행 초기인 2019년 6월부터 2021년 초까지만 해도 3억 테라 미만이었으나, 최대 20% 수익을 보장한다는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10억 테라 수준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후 ‘앵커 프로토콜’을 출시한 지 1년여가 지난 작년 5월에는 테라 유통량이 약 190억 테라로 폭증했는데, 앵커 프로토콜에 예치된 양이 140억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앵커 프로토콜 출시 이전(3억 테라)과 비교하면 투자액이 4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권 대표 등은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테라와 루나 외에도 다양한 가상화폐를 만들어냈다. ‘미러 프로토콜’이라는 이름으로 애플 등 미국 주식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가상화폐 ‘m에셋’과 이 프로토콜의 성장에 따라 수익을 볼 수 있는 ‘MIR 토큰’,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교환할 수 있는 ‘w루나’(wrapped LUNA) 등 모두 5가지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했다.

이들은 복잡한 구조로 얽혀있지만, 투자액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고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됐다.

SEC는 ‘스테이블 코인’으로 발행된 테라의 안정성을 투자자들이 믿게 된 데는 권씨 등의 시세 조작이 크게 작용했다고 고발했다.

특히 테라가 발행된 첫해인 2019년 11월 테라폼랩스와 자회사는 루나의 유동성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미국의 한 회사에 루나 3천만 달러(약 390억원)어치를 빌려줬고, 이듬해 9월에도 6천500만 달러(약 845억원)어치를 같은 회사에 빌려줬다.

이 회사는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지속해서 루나를 팔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데 물꼬를 틔웠다. 이 회사는 그 대신 루나를 시세보다 싼 값에 넘겨받으면서 차익을 봤다.

이후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급격히 떨어지자 권 대표는 이 회사와 짜고 테라를 대량으로 사들이게 했다. 이 회사가 그해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6천200만 테라를 사들이면서 테라 가격은 다시 1달러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권 대표는 테라의 가치가 회복된 것이 특수한 알고리즘 덕분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SEC는 당시 이들이 시장에 개입해 테라를 대량으로 매입하지 않았다면 가치 회복이 불가능했는데도 권 대표가 이 사실을 숨겨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봤다.

이를 몰랐던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는 이후 1년간 급등했다. 2021년 초만 해도 1달러 아래였던 루나의 시세는 이듬해인 2022년 4월 119.18달러 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2022년 5월 스테이블 코인 테라의 가치가 다시 1달러 밑으로 떨어져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되면서 권씨가 만든 시스템 전체가 붕괴하게 된다.

테라의 붕괴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테라를 보유한 몇몇 회사들이 2022년 5월 7일께부터 대량 매도에 나선 것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SEC는 파악했다.

테라의 가치가 무너지면서 같은 달 말까지 루나, w루나, MIR 등 도합 400억 달러(약 51조3천600억원) 이상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아울러 권 대표는 테라·루나가 붕괴하기 전에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한국의 간편결제 앱 ‘차이’에서 사용됐다고 광고하는 데에도 열을 올렸다.

SEC는 투자자들이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 기술을 믿고 이 회사가 발행하는 가상화폐 루나 등에 투자하는 데 차이 앱과 블록체인 결제 관련 홍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하지만 여러 기록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차이 앱 결제에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사용된 사례는 없으며, 이와 관련된 홍보는 모두 거짓이라고 SEC는 결론지었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CEO의 홍보와 그럴듯해 보이는 가상화폐 시스템에 수많은 투자자가 현혹됐다.

권 대표는 지난해 1월 트위터에 “앵커(프로토콜)가 여전히 성장 국면에 있고 디파이 스테이블(코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해자(성 주위를 둘러싼 연못)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SEC 조사에 따르면 테라·루나 투자자들 가운데는 미국의 회계사, 정보기술(IT) 엔지니어, 약사 등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도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약사는 집을 담보로 40만 달러(약 5억2천만원)를 빌려 테라를 매수했다가 투자금을 모두 날렸다. 버몬트주에 사는 한 화가는 아들의 대학 교육비로 마련해둔 2만 달러(약 2천600만원)를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봤다.

SEC는 이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있어서는 “기술적인 전문성이 부족했다”며 “투자 경험이 많지 않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에 대해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2021년 5월부터 1년 가까이 테라와 앵커 프로토콜 시스템이 실제로 수익을 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추가 투자를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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