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침략군을 몰아내기 위한 대반격 태세를 갖추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사분오열 양상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군에 복무하는 외국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한층 수월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를 둘러싼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며 최근 며칠 새 약 20㎢의 영토를 탈환했다고 보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이처럼 밝혔다.
말랴르 차관은 “적군이 바흐무트에서 포격으로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면서 어느 정도 진격하고 있다”며 “또한 공수부대 투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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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미사일 잔해로 손상된 차량 주차장 서 소방관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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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바흐무트 방어가 수개월 지속되고, 특정 지역에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전사들의 힘과 방위사령부의 뛰어난 지휘 능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말랴르 차관은 앞서 14일 소셜미디어에 “오늘 우리 군이 바흐무트 북부와 남부에서 적 진지 10여 개를 장악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는 조만간 있을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반격을 앞두고 바흐무트 점령 공세를 계속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 보급선을 지키기 위한 역공에 나서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 사이에서 강도 높은 전투가 계속되는 것을 보여주는 영상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도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서 후퇴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지역에서의 전투가 대반격의 일환으로 비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5일 영국 방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반격 시기에 대해 “우리는 정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의 사분오열 양상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전투에 투입된 용병들과 정규군 간의 불화는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인해전술로 병력을 낭비한 탓에 격전지 바흐무트 등에선 벌써 전선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러시아 내 기지에서 출격한 주력 전투기와 수송 헬기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기도 전에 대공미사일에 대거 격추되는 충격적 사건도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난맥상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전했다.
정부 조직과 휘하 세력을 의도적으로 갈라놓고 상호 견제시키는 ‘분열의 정치’를 해 온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권좌 보전을 위해 치러야 할 일종의 ‘비용’에 불과할 수 있어서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롭 리 선임연구원은 NYT에 “푸틴이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는 여러 파벌을 두고 이들이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건 정치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군사작전에는 매우, 매우 해가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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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차시브 야르에서 러시아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져 파손돼 버려진 아파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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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 최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려는 과정에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과 국방부가 보인 갈등상은 러시아 군사조직들이 성공적으로 협력해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바흐무트 점령에 인력과 물자를 말 그대로 ‘쏟아부은’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에 대비해 전력 보전에 집중하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왔다.
리 연구원은 “이번 전쟁 내내 지휘체계 통일 문제가 있었다. 푸틴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 하나 이건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에 직면했을 때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들이 서로 구원에 나설지조차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심지어 최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 정부 기밀문건에는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정규군의 위치를 알려주겠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까지 들어있었다.
프리고진은 이러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했으나, 러시아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전일)인 이달 9일 이전 바흐무트를 점령한다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래 러시아군 지휘부에 대한 비판 강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러시아 엘리트들 사이에선 정부의 능력에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으로 NYT 취재에 응한 러시아 유력 사업가는 프리고진이 “(정부를) 완전히 허술하고 어리석고 바보처럼 보이게 하고 있으며, 점점 더 그것이 정말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유의미하게 훼손되거나 전쟁 동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긴 힘들어 보인다.
NYT는 “충성심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푸틴은 자신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한 전쟁 지도자들이 상호 저격을 주고받는 걸 참아 넘기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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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최전선 도시 바흐무트 근처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장터를 돌아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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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러시아 엘리트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분위기이고, 일반 대중도 ‘강력한 외부의 적에 러시아가 위협받고 있다’는 선전전에 경도돼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들은 앞으로도 한동안 갈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여러 논란에도 크렘린궁은 프리고진의 언행에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면서 전례에 비춰볼 때 이는 푸틴 대통령이 그를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와 별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군에 복무하는 외국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한층 수월하게 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와 RBC 통신 등 러시아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손실이 커지는 가운데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외국인 등의 러시아군 입대를 장려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러시아군 복무 계약을 체결한 외국인의 국적 취득 절차에 관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앞서 지난해 9월 도입된 러시아군 복무 외국인의 국적 취득 절차 간소화 명령을 개정한 것이다.
새 대통령령에 따르면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중 러시아군에 1년간 복무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외국인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계약자 본인뿐 아니라 그들의 아내나 자녀, 부모도 국적을 받을 수 있다.
새 대통령령은 2022년 대통령령에서 ‘1년 이상’으로 규정했던 복무 기간을 ‘1년’으로 확정하고, 의무적 전투 참여 조항도 없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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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러시아 미사일이 도시 상공에서 폭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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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전 대통령령에 규정됐던 6개월 이상 전투 행위에 참여하거나, 전투 중 입은 중상으로 전역하게 된 경우에만 국적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도 모두 삭제됐다.
전장에 파견돼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후방 러시아 군부대에서 복무하더라도 국적 취득 신청이 ‘패스트트랙’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러시아군 복무 외국인의 러시아 국적 취득 조건을 더 완화해 보다 많은 외국인을 러시아군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쟁 기간 러시아군 사상자가 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이미 상당한 병력을 소모한 데다, 조만간 우크라이나가 대규모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전에도 러시아는 군인 수를 늘리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했다. 지난해 5월 러시아 의회는 계약제 군인의 복무 상한 연령 제한을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뒤이어 8월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 전체 병력 규모를 190만 명에서 204만 명으로 늘리는 법령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보다 최근인 지난 3월엔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복무하는 러시아 국가근위대(내무군) 군인의 복무 상한 연령 제한을 없애는 법령에도 서명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16일 지난해 2월 개전 후 지금까지 러시아군이 20만명에 조금 못 미치는 병력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기간 중 사망자 1만5천500∼1만7천500명, 부상자 10만9천∼11만3천500명을 포함해 12만4천500∼13만1천명의 손실을 본 것으로 지난 4월 유출된 미 국방정보국(DIA) 보고에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