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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노-글로벌픽] 식민정부 간섭 피해 문화유산 지키려면

부산외대-국제신문 공동기획

글로벌 핫이슈의 맥을 보다<5>

  • 구경모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교수
  •  |   입력 : 2023-06-06 17: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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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파라나강과 우루과이강 주변에는 과라니 원주민을 선교하기 위해 레둑시온(reduccion)이라 불리는 30개의 예수회 공동체가 있었다. 예수회 공동체는 17세기부터 예수회가 스페인 왕실로부터 철수하라는 명을 받기 전까지 약 300년간 지금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국경이 맞닿은 곳에 자리잡았다. 이 지역은 과라니 원주민들이 살던 곳으로 스페인이 정복한 지역 중에서도 가장 오지였다. 그렇기에 스페인 정복자들은 이곳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예수회로서는 식민정부의 간섭을 피해 과라니 원주민과 자족 공동체를 꾸리기에 적절한 곳이었다.

파라과이 따바란궤 예수회 유적. 가운문화유산연구원 제공
하지만 단점도 있었는데, 이 지역은 포르투갈 세력과 충돌하는 일종의 접경지역이었다. 당시 포르투갈 정복 세력인 반데이란치스는 현재의 상파울루에 거점을 두고 호시탐탐 예수회 공동체를 노렸다. 예수회 공동체에는 보통 4000명 내외의 과라니 원주민이 살았기 때문에, 이들을 노예로 삼기 위해 포르투갈 출신의 정복자들은 수시로 예수회 공동체를 침입했다. 원래 예수회 공동체들은 생태도시로 잘 알려진 쿠리치바 인근에 있었으나 포르투갈 세력을 피해 점차 서쪽으로 이동하여 현재 유적이 남아 있는 곳에 건설했다. 이와 관련된 역사는 1986년에 개봉된 영화 ‘미션(The Mission)’을 통해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이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예수회 공동체는 본의 아니게 과라니 문화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였다. 예수회 신부들은 선교를 위해 과라니 원주민을 레둑시온에 머물게 하면서 신학 예술 농업 기술 경제 등을 교육하였다. 예수회는 식민지 교육을 통해 과라니 원주민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예수회는 과라니 원주민이 새로운 교육과 문물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과라니 가족 체계와 언어, 그들의 농법 등을 그대로 수용했다.

이 과정에서 예수회는 과라니 원주민에게 가톨릭 교리를 전수하기 위해 과라니어를 문자화하고 표준화했다. 예수회 신부인 안토니오 루이스 데 몬토야(Antonio Ruiz de Montoya)는 17세기 초중반 과라니어의 어휘와 문법 등을 정리한 사전을 편찬하였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하위 종족들이 사용했던 다양한 구어적 형태의 과라니어가 문어적인 형태로 체계화되었다. 이는 과라니어가 현재 파라과이의 공식 언어로서 초·중·고 의무교육에 포함됨과 동시에 남미공동시장에서 공식 언어로의 지위를 갖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과라니 원주민의 고유한 차(茶)문화인 마테가 이 지역에 대중화되는 데에도 예수회 공동체의 역할이 컸다. 예수회는 과라니 원주민이 살던 지역에서 자생하던 야생 마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예수회는 레둑시온을 유지하기 위해 농업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마테는 경제적으로 주요한 작물이었다. 식민 시기를 거치면서 마테차는 과라니 원주민뿐 아니라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등 남미를 대표하는 차(茶)가 되었다. 더불어 예수회는 과라니 원주민을 교육하여 악기 직물 옷 세라믹 등의 각종 공예품을 만들게 했다. 이 공예품들은 현재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이 되었다.

이처럼 과라니 원주민 거주 지역의 예수회 공동체에는 유럽 및 과라니 원주민의 문화유산이 유·무형으로 녹아있다는 점이 인정되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 산재한 레둑시온이 1983년과 1993년에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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