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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피해 부른 '댐 파괴' 배후 누구?…댐 붕괴, 러-우크라 누가 손해일까

우크라 대반격 작전엔 차질…“푸틴, 진격 늦추려 댐 파괴” 관측

크림반도 물부족 보면 러 타격…그래도 전문가 ‘러 소행설’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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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붕괴되면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드니프로강 주변 주민들은 홍수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을 점령하고 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을 저지하기 위해 댐을 폭파시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러시아 측에선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전선 돌파를 위해 러시아 방어선을 휩쓸려는 목적으로 댐에 포격을 가해 붕괴시켰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댐 붕괴가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관측되는 미묘한 시점에 벌어진 만큼 전쟁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6일(현지시간) 포탄 공격으로 인해 갑문이 파손된 모습.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파괴의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은 이와 관련 6일(현지시간) ‘댐을 파괴하면 누가 이득을 보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BBC는 이번 카호우카 댐 붕괴가 지난해 발생한 해저 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직수출하는 주요 경로인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의 배후로 서방이 러시아를 지목했는데 이번에도 러시아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리도 피해를 보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이겠느냐’며 반박하고 있다.

이번 카호우카 댐 폭파를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댐 파괴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댐 붕괴로 주변 십여개 마을 주민 2만여명이 홍수 위험에 처했고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 텔레그램을 통해 드니프로강 우안 10개 마을과 하류 헤르손시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발령했다. 올렉산드르 프로쿠딘 헤르손 군사행정부 책임자는 “러시아군이 또 다른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고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하고 비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우크라이나가 고의적으로 댐을 파괴했다”고 반박했다.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케르손에서 댐 파괴로 침수된 항만 시설과 산업 지역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카후우카 댐은 우크라이나 남부 격전지 중 하나인 헤르손 지역 핵심 기반 시설이다. 유럽 최대 핵발전소 자포리자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댐 붕괴로 자포리자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등 안전에는 아직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BBC는 카호우카 댐 붕괴의 경우 러시아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봤다.

우선 댐 붕괴로 하류 지역에 물이 범람하면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러시아가 민간인은 물론 자국군을 헤르손과 드니프로강 유역에서 동쪽으로 대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의 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건조한 기후의 크림반도는 카호우카 댐과 가까운 운하에서 나오는 담수에 의존해왔다.

BBC는 그러나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감안해 더 넓은 맥락에서 카호우카 댐 붕괴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붕괴해 홍수가 발생한 6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반려견과 대피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댐 폭파 배후로 서로를 지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를 관통하는 드니프로강에 있는 카호우카 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에 전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돼 왔다.

우크라이나가 반격에 성공하려면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잇는 지역을 장악한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어야 하는데 러시아는 지난 몇 달 동안 남부 아조우해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의 진격을 막기 위해 강력한 요새를 구축해왔다.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남쪽의 러시아 방어선을 뚫고 그 지역을 둘로 나눌 수 있다면 크림반도를 고립시키고 중대한 전략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호우카 댐이 붕괴하고 하류 지역이 침수되면서 헤르손 건너편 동쪽 강둑 지역은 우크라이나 기갑 부대가 진입할 수 없는 지역이 됐다고 BBC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군으로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진격로가 막힌 셈이다.

러시아는 과거에도 드니프로강에 있는 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전력이 있다. 소련은 1941년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진격을 막기 위해 드니프로강의 댐을 폭파했다. 당시 댐 폭파로 인한 홍수로 수천 명에 이르는 소련인이 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BBC는 “카호우카 댐을 파괴한 쪽이 누구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체스판을 뒤흔들어 양측이 (전략적으로) 많은 주요한 조정을 하게 하고,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공언해온 반격의 다음 단계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창의 경제 발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전시회에서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드론 공격 사건을 ‘테러 행위의 증거’라고 말하며 이에 상응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뉴스위크는 ‘푸틴이 크림반도를 포기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댐 붕괴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보는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희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이번 댐 붕괴가 군사적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정책분석센터의 연구원 엘리나 베케토바는 뉴스위크에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드니프로강 왼쪽(동쪽) 강둑으로 진격할 수 없게 해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을 막으려는 러시아의 움직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퇴역 육군 중장 스티븐 트위티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늦추기 위해 댐 파괴를 명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에도 전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봐왔다며 “댐이 범람하면 물이 농지 등으로 흘러들어 땅이 진흙탕이 되고 장갑차가 진흙탕에 갇혀 통과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타운대의 경제학자 안데르스 오슬룬드는 카호우카 댐 붕괴를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 퇴각하면서 유정에 불을 지른 것과 비교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경제 고문을 지낸 그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영토를 잃었을 때 영토를 파괴한다. 이것은 포기할 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공격적인 행동이 아니라 신포도”라고 했다.

그는 “크림반도로 가는 물의 85%를 공급하는 북크림 운하는 노바 카호우카에서 물을 가져온다”며 “이 운하가 없으면 크림반도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퇴역 미 해병대 대령 마크 캔시언은 푸틴 대통령에게 크림반도는 엄청난 전과라며 “러시아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크림반도를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인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이 일부 파괴돼 홍수가 발생한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구조대원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서로를 파괴의 배후로 지목하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 파괴는 시설 내부에서 이뤄진 폭발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댐이 파괴됐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지적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측의 고의적인 사보타주(비밀파괴공작) 사건”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돌렸다.

러시아 내에선 우크라이나가 쏜 미사일 때문에 댐이 파괴됐다거나 이전의 손상으로 인해 댐이 저절로 무너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그러나 공학·군수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 원인을 내부 폭발로 보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댐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나 외부 공격에 의한 파괴 시나리오도 아예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지만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공학과 교수이자 댐 붕괴를 연구해 온 미국 공학한림원의 그레고리 배처 교수는 NYT에 “댐이 붕괴할 수는 있다”면서 “그런데 사진을 보면 ‘이건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배처 교수는 수량이 평소보다 많아져 댐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붕괴할 경우 통상 댐의 양쪽 둑에서 먼저 균열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면 카호우카 댐은 러시아 점령지 측에 인접한 중간 부분에서 처음 파괴가 시작돼 양측으로 피해 범위가 차츰 넓어진다.

전문가들은 1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카호우카 댐이 반복적으로 손상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댐을 완전히 무너뜨릴 만큼 심각한 수준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배처 교수는 “수문 일부가 손상된 상황에서 수위가 높아질 경우 수문 몇 개가 찢어질 수는 있지만 이 정도 규모로 파괴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주장처럼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댐이 폭파했을 가능성도 작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폭발이 가장 큰 피해를 낳으며, 그마저도 댐을 뚫으려면 최소한 수백 파운드의 폭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폭탄이나 미사일에 의한 외부 폭발은 댐에 가해지는 힘의 일부에 불과해 비슷한 효과를 얻으려면 몇 배나 더 큰 폭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이런 분석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그는 이날 텔레그램에 올린 메시지에서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카호우카 댐 구조물을 내부에서 폭발시켰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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