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 극초음속 미사일 공습 ‘맞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새로운 전선이 흑해에 형성되고 있다.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동부전선에서 러시아의 방어에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전선을 옮겨 주도권을 잡으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해 여론을 움직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 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 유조선으로 돌진하는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AP연합뉴스 |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밤 11시 20분께 흑해와 아조우해를 잇는 크림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유조선 SIG를 해상 드론으로 공격했다. SIG는 엔진실 쪽 흘수선(선체가 물에 잠기는 한계선)에 구멍이 생기는 등 손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인 3일에는 러시아 흑해 주요 수출항 노보로시스크 근처에서 러시아 흑해함대 상륙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를 해상 드론으로 타격해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 노보로시스크항은 러시아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를 수출하는 기간시설이다. 우크라이나군이 개전 이후 러시아 본토의 해안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는 즉각 보복에 나섰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과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로 남부 자포리자, 서부 흐멜니츠키 지역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 기간산업을 겨냥한 공격에 나서는 일이 부쩍 늘었다. 특히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선의 안전한 운항을 보장하는 흑해곡물협정이 중단된 뒤 더욱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의 주요시설을 공습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으며 노보로시스크, 아나파 등 러시아의 흑해 항구 6곳이 ‘전쟁 위험 지역’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흑해가 새 전선으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전쟁의 본거지를 러시아 본토로 옮기려는 우크라이나 측 전략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6월 초 대반격에 착수했으나 러시아의 방어에 밀려 진격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전투 능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드론 기습으로 전쟁 중심지를 러시아로 이동시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게 우크라이나의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흑해뿐만 아니라 모스크바 등 러시아 본토도 지난 몇 달간 드론 공격에 여러 차례 노출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더 자주 기습하는 것은 러시아의 여론을 움직이려는 목적도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동안 전쟁과 무관하게 평온한 일상을 살던 러시아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 푸틴 정권의 장기전 전략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안전하게 여겨지던 중심가 고층건물에 연쇄적으로 드론 기습을 가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런 평가를 부정하지 않는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그동안 전쟁을 걱정하지 않았던 러시아인에게도 이제 전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