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7개월째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도 무기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으로 지적됐다.

BBC 방송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롭 바우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안보포럼에서 “(탄약) 통이 바닥을 보인다. (각국 정부와 방산 제조업체들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탄약) 생산을 늘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히피 영국 국방부 부장관도 이날 포럼에서 서방의 군수품 비축량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면서 우크라이나가 계속 싸울 수 있도록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높일 것을 촉구했다. 지난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때 회원국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기로 하는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 수정에 합의했는데, 이를 신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BBC는 오랜 군축으로 전쟁 발발 이전에도 포탄 탄약 등의 군수물자 비축량이 풍부하지 못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수요를 충당할 만큼 무기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나토의 무기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크라이나로선 ‘비어가는 탄약통’이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전쟁 초기 ‘단일대오’로 대대적으로 진행됐던 서방의 지원은 점차 균열을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서방의 피로감·부담이 늘었고, 국경을 맞댄 이웃국과도 갈등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이중고에 빠졌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하원 다수파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해 예산안 통과에 발목을 잡고, 우방이었던 폴란드는 흑해곡물협정 중단 후 우크라이나산 저가 곡물이 대량으로 유럽에 풀려 자국산이 위협받자 우크라이나와 마찰을 빚었다. 같은 이유로 불편한 관계가 된 슬로바키아는 최근 총선에서 친러·반미 성향의 야당이 승리했다. 슬로바키아 차기 총리로 유력한 사회민주당 로베르트 피초 총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