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의 갑작스러운 별세에 중국 시민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 추모 열기가 ‘반시진핑 시위’로 이어질까 경계한다.

지난 28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 시민이 고 리커창 총리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 앞에서 헌화하며 애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SNS 웨이보에서 ‘리커창 동지 서거’ 해시태그 조회수는 사망 당일인 27일 총 23억5000만 회를 기록했고, 30일 기준으로는 29억7000만 회가 조회됐다. 이 해시태그로 작성된 글은 이날까지 64만3000건이 넘는다. 해외 체류 중이거나 중국 안에서도 가상사설망을 이용하면 접속할 수 있는 X에선 리 전 총리 애도 사진과 글이 훨씬 더 많이 확인된다. 일부 대학이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자제령을 내린 가운데 그의 모교인 베이징대는 추모 메시지를 냈다. 베이징대 신문인 베이징대 교보는 29일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베이징대 교수와 학생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리커창은 베이징대의 걸출한 동문”이라고 애도했다.

리 전 총리는 지난 27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8세. 중국공산당 내 주요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계를 대표했던 인물로, 시진핑 체제가 출범한 201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중국 2인자’인 국무원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했다. 시진핑 1인 체제가 공고화한 뒤에도 민생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퇴임 후 경기둔화 속 오히려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신파’ 리 전 총리에 대한 중국 민중의 애도 움직임이 자칫 반시진핑 시위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지 중국 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1976년 저우언라이 총리 사망 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비판이 쏟아진 4·5운동이 본격화했고, 1989년 4월 후야오방 총서기 사망으로 같은 해 6월 톈안먼 시위가 촉발된 역사적 경험 탓에 중국 당국은 리 전 총리의 장례식 일정조차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내에선 내달 3일 ‘조용한’ 장례식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나 중국 관변언론은 관련 보도를 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