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620km나 되는 거리에서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
| 시모넨코 마리나 씨가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문화행사에 참석했다. 사진=시모넨코 마리나 제공
|
우크라이나에서 온 시모넨코 마리나 씨는 지난 1일 제4회 세계평화포럼에서 ‘문화의 힘과 평화’에 대해 연설했다. 여행작가·의대생·BTS아미 등 1인 다역의 인생을 사는 마리나 씨는 문화의 힘이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한국 도시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평화를 염원하는 문화 활동도 하고 있다.
 |
| 시모넨코 마리나 씨가 조계종 백성 스님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학춤을 배우고 있다. 사진=시모넨코 마리나 제공
|
마리나 씨는 평화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한국만의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한국의 학춤’. 그는 서양의 비둘기와 달리 한국의 평화의 상징이 백학이라는 사실을 알고 백학에 대한 관심을 쏟았다. 조계종 백성스님에게 민속학춤을 직접 배우고, ‘운학문’과 같은 도자기를 관람하러갈 만큼 학에 ‘진심’이다.
또 마리나 씨는 부산에서 평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어떤 아이디어인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문화의 힘’이란 무엇인지 시모넨코 마리나 씨의 ‘문화의 힘과 평화’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BTS 아미 출신의 여행작가, 마리나입니다. 현재 한국대학원에서 논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대학원에서 의학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기원하는 활동들, 어떤 활동? 어떤 마음?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서울과 안동, 부산에서 문화 행사를 가졌고 울산 시청에서는 UN 세계평화의 날에 ‘우크라이나 평화와 문화’에 대해 연설을 했습니다.
 |
| 지난해 3월 5일 우크라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 다리 밑에 주민들이 피신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평화란?
평화란 한국인들이 말하는 ‘태평성대’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전쟁이 없고 경제가 풍족해서 아무런 걱정이 없는 세상이 바로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제 고향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참혹하게 파괴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죽고 있기 때문에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하루 빨리 전쟁이 중단되기를 기원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발견해 ‘학춤’을 배웠다고?
한국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춤이 학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한국의 유명한 백성스님에게 학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성스님에게 첫 번째 외국인 제자로 인정받았습니다.
부산에서 평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개발할 아이디어가 있다고?
부산에는 아주 옛날부터 학이 많이 날아오는 을숙도라는 섬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부산에는 학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곳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장동과 영도의 청학동이 있고, 동래학춤도 있습니다. 그래서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학과 관련된 콘텐츠를 활용해서 부산이 평화의 도시라는 스토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부산은 ‘세계 유일의 UN군 묘지’가 있고, 또 매년 11월 11일에 부산의 UN 기념공원에서 묵념을 올리는 ‘TURN TOWARD BUSAN’이라는 글로벌 행사를 하기 때문에,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걷기대회’를 한다면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
| 1989년 발트3국의 시민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독립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주한라트비아대사관 블로그
|
문화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우크라이나 북쪽에 있는 발트 국가들이 문화적인 행사를 통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사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는 발트 국가들입니다. 그런데 이 세 나라는 국민들이 함께 모여 합창을 하는 오래된 문화가 있습니다. 그래서 1989년에 발트 3국의 국민들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원한다는 강한 의지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620km나 되는 거리에 손을 잡아서 인간띠를 만들었습니다. 이 결과로 발트 3국이 구소련에 해방되었습니다. 그때 세 나라 국민들이 제일 큰 목소리로 불렀던 노래가 바로 88 서울올림픽 주제가였던 <손에손잡고(Hand in hand)>였습니다. 발트 3국이 독립을 하고 평화를 되찾는데 문화의 힘이 엄청난 기여를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