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만 “하마스에만 이익” 반대
- 아랍권 “어린이 희생 책임져야”
- 이 지상전 확대로 민간인 피해↑
- 반나체 포로 영상 인권침해 논란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휴전을 촉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뒤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환영을 표했지만, 반대로 아랍권의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딜레마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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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나체로 이스라엘군(IDF)에 붙들려 있던 팔레스타인 남성이 소총을 내려놓는 모습.
X @manniefabian·연합뉴스 |
미국은 지난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가 제출한 결의안 표결에서 홀로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통과를 저지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 표결에서는 프랑스와 일본을 비롯한 13개 이사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영국이 기권해 미국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결의안이 통과될 상황이었다. 미국은 결의안에 1000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을 살해한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대한 규탄 언급이 없는 점과 현 상황에서 휴전은 하마스에만 이익이 되리라는 점 등을 내세워 거부권을 행사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9일 성명을 통해 “미국이 안보리 휴전 결의안을 거부한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미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또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긴급조항을 발동해 의회 승인을 건너뛰고 탱크 포탄 1만3000발을 이스라엘에 수출하기로 해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에 대해 아랍권은 즉각 반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은 미국의 결의안 반대가 “공격적이고 부도덕하며, 인도주의 원칙과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미국이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희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카타르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등의 외무장관들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휴전 촉구 결의안 무산에 실망감을 표하는 한편 이스라엘이 휴전을 수용토록 하는데 미국이 ‘더욱 광범위한 역할’을 맡으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전쟁을 둘러싼 미국의 딜레마도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 권리를 지지하며 전폭적인 무기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달 가자지구의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사회는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휴전 촉구 및 이스라엘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자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그럼에도 미국은 안보리 휴전 촉구 결의안을 거부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지상공격을 확대하고 북부에서도 교전이 급증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뿐만 아니라 인권 논란까지 제기된다. 이스라엘군이 반나체의 팔레스타인 남성들을 붙잡아두고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돌아다니고 반나체로 이스라엘군(IDF)에 붙들려 있던 팔레스타인 남성 가운데 일부가 살상무기를 내려놓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인권 논란에 대해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을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각종 문제가 커지고 있어 미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보리 결의안 거부권의 부메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