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도·무당층 유권자 표심 촉각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8년 전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돼 1000억 원대의 명예훼손 위자료를 추가로 물게 됐다. 이번 민사 소송 결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다수의 민·형사상 소송 중 하나로 대선 캠페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지만, 앞으로 남은 형사 재판에서 유죄 선고가 나올 경우 재선 도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명예훼손 위자료 8330만 달러(약 1112억 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이번 재판은 원고 캐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면서 제기한 민사소송이다. 이 밖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관련해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재판 등 몇 건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 정치권에선 민사 사건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면한 형사소송 관련 사법 리스크가 미칠 파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 난입 독려, 2020년 대선 개입 의혹, 성 추문 입막음 돈 사건, 기밀문서 유출 등과 관련한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들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 항소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형사 기소 사실만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도전 행보에 타격을 입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오히려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형사 소송 결과는 유무죄 여부에 따라 대선에 엄청난 파급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대선 본선에서 중도층이나 무당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의 CNN 방송 출구조사에서 당시 투표한 유권자 42%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