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출마 땐 84세까지 통치
- 투표장 화염병 투척·방화 소동
- 우크라 “러 점령지 선거 무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하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17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현대판 차르(황제)’라는 별명에 걸맞게 사실상 종신집권 길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에서 무장한 군인이 지키는 가운데 한 주민이 대선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TASS연합뉴스

지난 15일 오전 8시 시작한 대선은 17일 오후 8시(한국시간 18일 새벽 2시) 종료된다. 광활한 영토로 시간대가 11개에 이르는 러시아는 극동 지역인 추코트카 자치구·캄차카주부터 가장 서쪽에 있는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순차적으로 투표를 마감한다. 모스크바와 칼리닌그라드가 1시간 시차가 나기 때문에 모스크바 시각으로 밤 9시(한국시간 18일 새벽 3시) 러시아 대선이 공식 종료되는 것이다. 투표 종료와 동시에 개표가 시작된다.

푸틴 대통령이 5선에 ‘도전한다’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당선은 기정사실화됐다. 4명의 후보 중 푸틴 대통령을 제외하고 러시아연방공산당의 니콜라이 하리토노프, 새로운사람들당의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자유민주당(LDPR)의 레오니트 슬루츠키 등 3명은 지지도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첫날 집무실에서 온라인으로 투표에 참여했다.

5선이 확정되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러시아를 통치한다. 1999년 12월 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이래 30년 집권을 이루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록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2030년에 열리는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종신집권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관건은 푸틴 대통령의 당선 여부가 아니라 득표율이다. 2018년에 세운 최고 득표율(76.7%)을 깨고 역대 처음으로 80%대 득표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표 기간 내내 러시아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불공정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는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지역에도 투표소를 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측 당국은 주민들에게 푸틴 대통령 지지를 강요하고 응하지 않으면 의료 혜택 등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주민들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보고도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선거 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투표소 곳곳에서 액체 테러와 방화, 화염병 투척 등 각종 방해 행위가 벌어져 10명 이상이 체포됐다. 특히 러시아 전역에서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아부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당한 테러를 기억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나발니는 2017년 녹색 살균소독액 젤룐카를 얼굴에 뿌린 괴한 때문에 실명 위기를 겪었다.

모스크바에서는 한 여성이 투표 부스에 불을 질렀다.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시베리아에서는 투표소에 화염병을 던진 여성들이 붙잡혔다. 첼랴빈스크에서는 투표 중 폭죽을 터트린 혐의로 한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