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치르는 전쟁 피로감과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망으로 조성된 추모 분위기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러시아 국민들은 왜 푸틴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을까.
애초 서방이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달랐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하자 서방은 고강도 경제 제재를 가하면 통치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특히 지난해 6월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으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반정부 운동가 나발니의 사망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철옹성을 쌓았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는 적어도 국내에선 ‘그래도 러시아에 이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소련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개방 정책에도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1991년 붕괴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선언 등으로 러시아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평가받는다.
푸틴은 2000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강한 러시아’ 정책을 펼쳤다. 고유가 시대에 힘입어 러시아 경제를 끌어올린 푸틴 대통령은 석유·가스·식량 등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세계 경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련 붕괴 트라우마가 없는 젊은 층도 경제적 안정과 질서를 우선하는 분위기다.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비판받지만, 푸틴 대통령의 공이 과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서방과 대립이 심화하면서 ‘나치 제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진 저지’ 등 푸틴 대통령이 내세운 특별군사작전 명분에 동조하는 여론도 커졌다. 러시아가 서방 전체에 맞서는 상황을 보며 강대국의 위상 회복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한 푸틴 정권은 여론을 통제하고 반대자를 배제하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독립언론과 서방 주요 소셜미디어의 접속은 차단됐고 특별군사작전을 비판하면 처벌받는 상황에서 국민은 점차 전시라는 현실에 무뎌지고 무관심해졌다.
문제는 반정부 여론을 결집할 지도자도 마땅치 않다. 나발니는 사망했고, 부인이 남편의 뜻을 잇겠다고 선언했지만, 해외에 있어 러시아 내부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다. 다른 반정부 인사들도 대부분 해외에 망명 중이다.
종신 집권을 향해가는 푸틴 대통령의 걸림돌은 본인의 건강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만큼 통치 체제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다음 2030년 대선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도 여럿이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그로 인한 서방과의 갈등이 길어지면 국민의 피로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불안이 커져 지난해 알코올 의존 사례가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젊은이들이 계속 전장에 투입돼야 하는 점도 여론의 불만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