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수장 간 협의가 난항을 겪다 이번 주에 다시 잡히면서 ‘미 관세 협상 막판 타결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 달 1일 25%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꼽히는 제조업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한 우리와 대미 수출품 구성이 유사한 일본보다 더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대형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큰 상황이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기한이 끝나기 전 타협을 목표로 협상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연달아 만났으며, 전날에는 러트닉 장관과 뉴욕에서 재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예정됐다가 미뤄졌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간 통상협의도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때문에 이번 막판 대미 통상협상에서 경쟁력 높은 한국의 조선업이 관세협상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계속해서 ‘조선산업 역량 강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도모하고, 중국의 해양 패권을 저지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우리 측은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비관세 장벽 완화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대통령실은 “협상 품목에 농산물도 포함됐다”며 시장 개방 의지를 간접적으로 피력하기도 했다

오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스코틀랜드에서 유럽연합과 관세 협상을 할 계획이다. 이어 28∼29일에는 스웨덴에서 베선트 장관 등 미 무역 협상 주요 장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중국과 고위급 무역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를 고려했을 때, 미국 측과 대면 협상이 가능한 날은 실질적으로 이틀(30~31일)에 불과해 빠듯한 시간이 가장 큰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관세율을 낮추면서 5천500억 달러(약 760조 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약속한 것도 우리 정부의 협상 카드를 제약한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투자 규모는 1천억 달러+α 수준으로 일본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협상 타결을 서두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8월 1일을 넘겨 당분간 관세 폭탄에 노출되더라도 농축산물 등 민감한 분야의 희생을 최소화해 25%에 달하는 상호관세율을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25% 상호관세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이 입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미국 관세 충격은 최근 발표된 현대·기아차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기아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4.1% 급감했으며 현대차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에 비해 15.8% 떨어졌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수입 자동차에 25%의 품목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작년 2분기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미국 품목 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의 상호관세율이 25%에서 15%로 인하된 만큼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이 적용될 경우 한국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일본 차에 밀릴 수밖에 없다.

50% 품목 관세가 부과된 철강 분야도 올해 상반기 수출이 작년에 비해 5.9% 줄었다.

상호관세 영향은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비관세 재고, 현지 생산 조정 등으로 관세 충격에 대응할 수 있지만 작은 기업들은 실질적으로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미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한국 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인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이뤄진 한미 관세 조치 협의 관련 공청회에서 “미국의 관세정책이 그대로 강행되면 한국 경제가 안정을 회복한다고 해도 실질 GDP가 0.3∼0.4%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미국 관세 충격에 완전히 적응해도 “최대 GDP 0.4% 수준의 ‘회복 불가능한 구조적인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KIEP 분석에는 일본의 관세율이 15%로 낮아진 점이 반영되지 않아 일본의 낮아진 관세율을 고려했을 때 중장기적인 GDP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0%대에 갇힌 한국 성장률 전망의 추가 하향 조정도 피해 갈 수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우리나라의 상호관세율이 일본과 같은 15%로 낮아진다는 점을 전제로 “5월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약간 안 좋은 정도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상호관세율이 25%로 확정되면 GDP 성장률은 5월 전망보다 0%에 가깝게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연간 성장률을 0.8%로 전망하면서 2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 0.1%포인트(p)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