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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공연된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서 열연하고 있는 리빙스턴 박사 역의 변현주(왼쪽)와 아그네스 역의 김신애.
극단 새벽 제공 |
연극 '신의 아그네스'를 극단 새벽에서 기획전으로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때 의아했다. 창작극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에서 뜬금 없다는 생각과 함께 하필이면 상연된지 오래된 작품을 왜 할까하는 의문이었다. 지난 27일 오후 8시 소극장 실천무대에서 '신의 아그네스' 관람 후 극단 새벽의 이성민 연출자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연출자는 배우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연극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쓴 듯 했다. 무대는 아주 소박하게 두 개의 의자와 미닫이로 열리도록 돼 있는 문이 다였다. 그 속에서 보여지는 아그네스(김신애), 원장수녀 미리엄 루스(밝남희),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변현주) 사이의 감정 변화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무대는 관객들이 배우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한 장치였던 셈이다.
이 작품이 새롭게 다가온 데는 제작단계부터 지역 연극계의 관습을 깼기 때문이었다. 번안극의 경우 특히 지역에서 공연될 경우 마치 해적판처럼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다. 이 연출가는 "서울도 그다지 다르지 않는데 지역에서 외국 작품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게 너무 싫어 아예 처음부터 원작의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저작관리인을 수소문해 정식 사용 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 대본을 다시 이 연출자와 리빙스턴 역을 맡은 배우 변현주가 재번역해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게다가 아그네스 역의 김신애를 발탁하는 과정도 여느 준비과정과는 달랐다. 대부분의 지역극단들은 만성적인 배우 기근에 시달리기 때문에 오디션을 보더라도 비공개이거나 연출자가 직접 섭외한다. 하지만 극단 새벽은 지난달초 공개오디션을 통해 아그네스를 선발했다. 김신애는 부산대 음악학과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 부산대 교육대학원에 적을 둔 학생으로 연극은 전혀 경험이 없었다.
이 연출가는 "아그네스역은 순수함과 청순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음색도 맑고 오페라 무대 경험이 있어 제대로 노래를 부를 줄 하는 김신애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극중 아그네스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러번 노래를 부르는 데다 '천사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대본에 나와있어 맑고 영롱한 음색이 필요했다. 김신애는 한달 반 가량의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무리없이 역을 소화해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원장수녀 역의 밝남희와 리빙스턴 역의 변현주의 탄탄한 연기와 정확한 대사전달이 극을 안정감있게 이끌어갔다. 무대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제대로 된 발성과 흡인력 있는 연기는 근래에 보기 드문 호연이었다. 기본기가 확실한 배우들만이 줄 수 있는 신뢰감이 극에 대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연출가는 "원작자의 의도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애썼다. 리빙스턴은 아그네스를 돕기 위해 그녀의 무의식 속의 기억을 불러내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아그네스가 생을 포기하게 된다. 작가는 그런 딜레마를 전하고 싶어해 거기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7일까지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5시(일·월·화 공연없음) 소극장 실천무대. 오는 12월 5~25일까지 울산 중구 성남동의 소극장 '품'에서도 같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일반 2만 원, 청소년 1만5000원. (051)245-5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