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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구 작가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작가입주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
웹툰 작가는 문화예술가인 동시에 1인 기업입니다. 작가 한 사람 그리고 컴퓨터만 있으면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전세계 독자와 소통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전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B웹툰(Busan Webtoon)' 의 주역을 소개하는 'B웹툰작가열전'을 시작합니다.
# 부산녀와 사랑에 빠진 서울남
- 광안리·서면·남포동…
- 실제 데이트하던 장소
- 웹툰에 고스란히 담아
# 부산 홍보대사 역할까지 톡톡
- 웹툰이 인기끌자
- 부산 관광 오는 팬들
- "시에서도 활용했으면"
한 회(回)가 클릭되는 수, 100만. 이 중 평균 2만 명은 별점을 매기며, 댓글까지 남기는 열성팬은 3000여 명에 이른다. 네이버 웹툰에 매주 화·토요일 연재되는 '윌 유 메리 미(Will you marry me?, 이하 윌메리)'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아내와의 장거리 연애 추억을 담은 이 작품의 작가 강민구(40)를 만났다.
2014년 3월 연재를 시작한 뒤 14일 현재까지 2년 간 연재된 200여 편 '윌메리'의 뷰(view) 수를 합친다면 약 2억은 될 터. '마음을 움직이는 자(Mind Controller)'의 약자라는 필명답게 대중을 사로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2시간 동안 이 인물을 '탐독(耽讀)'했다.
■부산 홍보 대사 '윌메리'
B웹툰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윌메리'의 배경은 부산이다. 부산에 사는 '메리'와 사랑에 빠져 이사를 감행하는 '윌'의 사연은 작가의 실화다. 에피소드는 모두 작가의 일상을 토대로 했다. 2008년부터 작가가 거주해온 광안리를 비롯해 남포동, 태종대 같은 명소뿐 아니라 부산의 식당, 카페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산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는 메리 덕에 '부산어(語) 사전'을 외전으로 발행해도 될 듯. "부산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도시 같아요. 자연경관, 문화, 교통 등을 다 갖춘. 제 작품 보고 부산에 여행왔다는 분, 이사왔다는 분도 있어요. 부산시에서도 '윌메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독실한 메리주의자의 사랑
강 작가는 홀어머니가 7남매를 건사하는 가난한 집안의 막내였고, 400㎞나 떨어진 곳에 사는 '띠동갑' 부산 여자와 사랑에 빠진 서울 남자였다. 그러나 '힘들다'는 말을 내뱉는 성격은 아니다. 마치 여주인공 '메리'의 사전적 의미처럼. 언제나 '즐거운, 명랑한'.
그를 만든 첫번째 '메리'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항상 저를 믿어주셨어요. 그래서 스스로 책임감 있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세가 있으셔서 웹툰은 잘 모르시지만 제가 신문, 방송에 나오면 뿌듯해하세요."
그의 두번째 '메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독자에게 '오글거림'주의보를 발령한다. "혼자 자취방에 칙칙하게 살던 '야생견(犬)'이었는데 아내를 만나고 행복한 '애완견'이 됐어요. 아내의 권유로 '윌메리'도 시작하게 됐죠. 이 웹툰의 기획의도는 '누구나 예쁜 사랑을 할 수 있다'입니다. 저 같은 남자도 좋은 여자 만나서 예쁘게 사는 걸 보여주면서 희망을 주는 거죠."
'캐릭터 웹툰'을 그려보겠다고 생각하면서 연재 3년 전부터 소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너달에 걸쳐 상품화까지 염두에 둔 캐릭터 연구를 마친 뒤인 2014년 3월 연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결혼을 했다. 사투리 감수는 아내 담당이다. 결혼 이야기를 다루는 시즌 2는 올해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 아내의 실물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돌아온 답. "아내는 제가 본 생명체 중에 가장 예쁜 것 같아요!"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_-)
■성실한 웹투니스트의 투쟁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하던 강 작가는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대중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웹툰의 길로 들어섰다. 2003년 정식 데뷔한 그는 단 한 번도 마감에 늦은 적이 없다. 항상 마감에 앞서 몇 편을 비축해두기 때문. 신혼여행 기간에도 휴재(休載)를 하지 않았던 비결이다. "저는 예술가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입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 프로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또 생활 웹툰 작가로서 독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외부활동을 통해 웹툰의 현실 버전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그게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는 길인 것 같아요."
'윌메리'로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하면서 웹툰 작가로서의 전기를 맞았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조회수 1위를 기록한 경험은 많았다. 하지만 '네이버'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외주 홍보 작업시 받는 금액이 3~10배까지 뛰었고 인지도도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제일 큰 시장인 만큼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봐주시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매 회마다 조회수에 따라 순위가 나오는 것은 매일매일 시험을 보는 기분이죠. 잔인하기도 하지만 실력으로 경쟁하고 평가받는 떳떳한 직업인 것 같아요."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다. 강 작가는 최근 악플러들의 허위비방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웹툰 작가를 만만히 보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그런 문제를 앞장서서 타파하고 싶어요. 지치지 않아요. 아내가 있기 때문에."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