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작들을 읽으면서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이 작품들로 인해서 한국시의 미래가 열린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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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곽재구 심사위원, 강영환 심사위원, 문태준 심사위원 |
경쟁한 작품들은 높은 수준을 보여주었다. 신선한 감각의 내용도 좋았고, 고유한 육성도 청취할 수 있었다. 다만 전반적으로 장황하다는 느낌이 들게 해 아쉬웠다. 생각에 비해 언어들의 부피가 과도한 경우가 있었다.
최종심에 남은 작품은 이희주 님의 '하현', 황미현 님의 '나선형 화석', 김순옥 님의 '질감' 등 3편이었다.
'하현'은 밤 하늘가에 뜬 하현달을 만두의 형상에 빗댄 작품이었다. 만두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방법을 시에 버무려 놓으면서도 만월에서 하현으로 이울어가는 시간의 경과도 함께 활용했다. 그러나 '한 여자를 다 돌아 나와야 먹을 수가 있는' '그때 굴뚝연기는 온 동네에 맛있는 소문을 퍼뜨리고'와 같은 표현이 모호하고 평범해 작품 전체의 재치 있는 상상력을 제한했다. '나선형 화석'은 정밀한 묘사를 보여주었으나 너무 인위적으로 다듬어서 자연스러운 시상의 유로(流路)를 방해했다.
'질감'은 세입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담하게 그리되 그것의 미묘한 변화를 잘 포착한 작품이었다. 갈등하는 마음속을 겉으로 드러냄은 물론 늙어감에 대한 한 여성의 심리 상태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은 김순옥 님의 시 '질감'을 당선작으로 흔쾌히 결정했다.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쳐 한국 시단의 변화를 이끌어가길 기대한다.
곽재구 강영환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