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상 3곳·13개 무인도·7개 유인도
- 영해기점 연결해 영해기선 설정
- 그중 2개 부산 태종대·송정에 위치
- 관련 정보 담은 안내도·설명판 없어
- 무심히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인식
- 동북아 해역 중심 도시 첫걸음으로
- 우리 해양영토 기준점 어디부터인지
-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을 듯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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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종대 앞바다의 생도(부산 영도구 동삼동 1116). 한국의 영해기점 가운데 하나다. 오른쪽 사진은 부산 송정 해변 근처 ‘1.5미터암’(등대 있는 곳). 한국의 영해기점 가운데 하나다. 곽수경 제공 |
부산시가 내걸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라니 그 배포가 자못 바다만큼이나 커 보인다. 바다는 부산이 가진 값진 자원인 만큼 오래전부터 바다를 표방해왔고, 새 시대를 맞아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지지를 보낼 일이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 하고, 동북아 해역을 공유하는 한·중·일 3국이 너나 할 것 없이 바다에 정성을 들이고 있는 지금, 부산이 바다를 발판으로 삼고 무대로 삼아 도약하고 동북아 해역의 중심이 되겠다는 것은 격려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부산에는 바다만 있지 섬이 없다. 재밌게도 전라남도에는 섬은 있는데 바다가 없다. 섬과 바다를 떼어놓을 수 있는가 싶은데 말이다. 하기야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도 그럴 것이 부산에는 섬이라고 해봤자 일상적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영도나 가덕도, 조도(일명 아치섬)가 전부인데, 이들은 모두 오래전 다리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어 섬이라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고 나머지 다른 섬은 모두 무인도여서 열혈 낚시꾼을 실어 나르는 배에 오르지 않고서야 접하기 힘들다 보니 우리 마음에서 비켜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이 부산시의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는 사실이 자못 안타깝기는 하다.
■부산의 섬 유인도 3, 무인도 42
부산에는 유인도 3개와 무인도 42개가 있다. 유인도는 앞서 말한 영도와 조도, 가덕도가 전부다. 원래는 가덕도 옆에 눌차도가 있었지만 가덕대교, 눌차대교, 거가대교 3개 다리가 건설돼 부산과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면서 눌차도는 가덕도에 편입되고 눌차동으로 바뀌었다. 42개 무인도 중에는 부산의 랜드마크인 오륙도는 물론이고 낚시꾼 사이에서 아름답기로 명성이 자자하고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목섬(일명 나무섬)과 남형제섬도 있다. 특히 남형제섬은 해식애와 해식동 등으로 해양수산부로부터 빼어난 자연경관을 인정받아 ‘아름다운 바다 속 생태비경 10선’에 선정됐다. 남형제섬이 있으니 당연히 북형제섬도 있다.
부산에 이런 섬들이 있고, 그것들이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한 가치를 지녔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부산의 무인도 42개 중 우리나라 해역을 획정 짓는 영해기점이 2개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영해 및 접속수역법’에 따라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지 않고 육지 부근에 섬이 없는 동해안은 통상기선을, 해안선 굴곡이 심하고 육지 부근에 섬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은 직선기선을 기준으로 그 바깥쪽 12해리 선까지의 해역 안에서 영해를 설정한다. 일정 수역의 경우에는 12해리 이내에서 영해의 범위를 따로 정할 수 있는데, 대한해협의 경우 일본과 거리가 가까운 관계로 3해리(5.556km)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육상 3곳, 13개 무인도서, 7개 유인도서 등 모두 23개 영해기점을 연결해 영해기선을 설정하여 주변 해역에 대한 우리 관할권을 강화하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영해기점이 되는 이 13개의 무인도서 중의 2개가 부산에 있다. 그것은 아마 부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꽤 여러 번 보았을, 그러면서도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쳤을 생도(生島)와 ‘1.5미터암’이다.
■‘영해기점 생도’를 왜 몰랐을까
생도는 태종대 전망대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주전자를 닮았다 하여 주전자섬으로 불리기도 하는 그 섬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월 ‘이달의 무인도’로 생도를 선정해 소개한 바 있다. ‘풍부한 어족자원을 품은 섬’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물결 따라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생도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태종대에서 1.4km 떨어진 8088㎡ 넓이의 돌섬으로, 주상절리나 수직절리가 발달해 풍광이 빼어나고 암석 곳곳에 땅채송화, 말사초, 갯고들빼기 같은 초본식물이 살아 숨 쉬며 수중경관 또한 매우 아름답다고 소개했다.
나는 부산에서 나고 자랐고 태종대를 여러 번 가보았으니 아마도 태종대를 갔던 횟수만큼 생도 역시 여러 번 보았을 것이다. 태종대에 갈 때마다 수려한 경치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전망대에 서서 바다도 바라보고 전망대 카페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바다에 하염없이 시선을 던져두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생도를 인지하지 못했고, 그것이 영해기점이라는 사실은 더욱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내가 틀린 자료를 보고 생도의 위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과 그것이 영해기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다시 태종대를 찾았다. 내가 생도에 대해 그토록 무심했던 것은 그곳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그런 것을 내가 놓쳤을까, 아니면 내가 가지 않았던 최근에 뭔가 생기지 않았을까 기대하며 꽤 찬찬히 돌아보았다. 태종대 입구에 있는 대형 태종대 유원지 안내도부터 전망대 앞 무인도 위치 사진, 영도등대 꼭대기 층 유리벽의 설명문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생도가 영해기점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1.5미터암, 송정 한복판 떡하니
다음으로 ‘1.5미터암’도 찾아보기로 했다. 섬도 아니고 바위라니. 도대체 어디 있는 건가 싶어 여러 자료를 뒤져보고서야 겨우 송정 어디쯤일 것으로 추정하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보고서에서 찾아낸 1.5미터암 사진 한 장만 믿고 찾아 가보기로 했다. 어쩌면 찾아 헤매기만 하고 못 찾을 수도 있겠다 각오하고 나섰는데, 웬걸 송정해수욕장 바다 중간에 떡하니 있어 그 어디에서도 보이는 것 아닌가. 물론 그것에 대한 어떤 안내나 설명도 없어서 미리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보고도 알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나. 영해기점 무인도서 13개 중 1.5미터암과 호미곶은 해도 해안선 정보가 없다. 아직은 네이버 지도 항공뷰도 제공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원래는 물때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간조노출지이다. 간조노출지란 ‘썰물일 때에는 물로 둘러싸여 물 위에 노출되지만 밀물일 때에는 물에 잠기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을 말한다. 그것은 물때와 상관없이 항상 물 위에 드러나 있는 섬이 아니어서 그 자체로는 영해기점이 될 수 없지만, 항상 수면위에 노출되는 등대나 유사시설과 같은 인공시설물을 설치한 경우에는 직선기선의 기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1.5미터암에는 등대가 설치돼 있어 영해기점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세워진 것도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2014년 우리 정부는 영해기점에 영구시설물을 설치하고 해양영토 찾기에 나섰고, 그렇게 영해기점을 정리하면서 우리 해양영토가 여의도 면적의 14배가량 늘어났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 이전까지는 해양영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도 그 많은 관광안내판이나 도보길 안내도 가운데 영해기점 설명문 하나 없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명실상부한 동북아 해양수도의 첫걸음은 해양영토의 기준점 정도는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햇살 좋은 봄날,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는 태종대나 송정 백사장을 걸으며 영해기점을 찾아보는 관심을 우리 스스로 가져보아도 좋겠다.
곽수경 부경대 HK 연구 교수
※공동기획:부경대 HK+ 사업단,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