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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사내축구대회'에 출전한 현중 직원들이 울산시 동구 서부축구장에서 시합을 하고 있다. 올해로 30년을 맞는 이 대회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열려 조별 예선만 237경기를 소화할 정도로 뜨거운 축구 열기를 자랑한다. |
참가팀 203개. 출전 선수 3000여 명. 고정 관중 2만5000명. 조별 예선 경기만 237게임(참고로 월드컵 본선은 64경기).
이런 축구 리그가 있다. 이름하여 'H-리그'. 아시아를 대표하는 프로축구 리그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K-리그다.
리그 운영과 체계를 따지자면 일본의 J-리그가 한 발 앞선다. 열기를 보면 중국 C-리그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H-리그라니.
올해로 30회째다. K-리그보다 형님뻘이다. 3부리그까지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다. J-리그와 비교해도 체계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 천연잔디 3곳, 인조잔디 1개 구장에서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린다. 축구 열기라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 정식 이름은 '현대중공업 사내 축구대회'다.
# 프로 뺨치는 실력… 선수들에 출전수당도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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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축구장 스탠드에서 축구시합에 나선 동료들을 힘차게 응원하고 있다. |
지난 8일 오후 6시30분 울산 동구의 서부축구장.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부서의 생산기술부와 사업기획부가 2부리그 조별예선을 하고 있었다. 유니폼은 네덜란드 명문 PSV아인트호벤, 이탈리아의 AC밀란과 비슷했다. 오후 6시 일과를 끝난 직원들이 작업복 차림 그대로 속속 모였다.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가 하나씩 있었다. 족발이며, 김밥 음료 등 간식은 풍성했다.
"없다, 없어, 때려. 슛."
관중석은 경기 장면마다 아쉬움과 탄식이 교차했다. 터치라인에선 감독들이 작전 지시를 내리느라 분주했다. 전후반 20분씩인 경기는 박진감 있게 진행됐다. 나머지 규칙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른다.
아마추어 2부리그지만 실력은 상당했다. 골문 앞에서도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침착하게 제치고 슛을 성공시킬 정도였다. 미드필드에서 상대 수비수 사이로 찔러주는 침투패스도 꽤 날카로웠다.
응원을 나온 건설장비사업기획부 이창원(48) 부장은 "재작년에 3부리그에서 2부로 올라왔다. 그 때는 우리가 최강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2부에서는 실력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인력을 제외하고 모두 일과 후에 축구장으로 모인다. 동료들끼리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선박 수주량 세계 1위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사내축구대회. 이색 화제가 왜 없겠는가. 200개가 넘는 참가팀은 세계 최고라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1~4부리그까지 합친 92개 팀의 배가 넘는다. 프로처럼 출전 수당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각 팀에 경기당 30만 원씩을 지급한다. 회식비다. 현대중공업 업무부서에는 축구대회 전담 직원도 있다.
# 정규 자격증 보유 심판만 7명… 3부리그 승강제
조별 예선은 조선, 해양, 경영지원, 엔진, 건설장비 등 8개 각 부서에서 주관한다. 토너먼트에 올라가면 경기진행부가 따로 있다.
예선 조별리그가 237경기니 본선 토너먼트까지 하면 한 시즌을 통틀어 300경기가 넘는다. 아무리 친목을 위한 사내대회라도 경쟁은 경쟁이다. 과격한 몸놀림 때문에 부상자가 나오고, 승패가 엇갈리면 시비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심판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중공업에는 7명의 정규 심판이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자격증을 보유한 베테랑들이다. 1급 자격증 소유자면 4명. 2급은 2명, 3급은 1명이 있다.
지난 2002년 1급 축구심판 자격증을 따낸 권갑수(40·조선자재지원부) 씨는 매끄러운 경기 진행 실력을 인정받아 내셔널리그 심판으로도 활동 중이다. 권 씨를 비롯해 홍승일(41·조선설계운영부) 김상우(33·조선프로젝트운영부) 박재덕(39·조선안전팀) 씨 등이 모두 1급 심판자격증 보유자다. 이들은 그라운드의 판관으로 나서 경기를 이끈다.
경기 일정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모두 확정된다. 예선 조별리그에는 1부리그 50개, 2부리그 60개, 3부리그 93개 팀이 참가한다. 토너먼트에는 1부 15개, 2부 19개, 3부 29개 팀이 올라간다.
1부리그 조별 예선 최하위 팀은 2부리그로, 2부리그 조 1위 팀은 1부리그로 올라가는 승강제를 3년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홍보팀 이준우 대리는 "사내 축구대회는 회사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사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 김훈정 현대중 축구연합회장
- "사내 화합도모 축구가 그만이죠"
현대중공업 사내축구대회를 이끄는 선장은 김훈정(50·사진) 씨다.
김 씨는 축구 명문 대신고 재학 시절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사회생활에서도 넘치는 축구 사랑을 주체하지 못해 3년째 현대중공업 축구연합회장 직을 맡고 있다. 김 회장 외에도 현대중공업 안에는 프로 포함 선수 출신이 110명이나 된다.
김 회장은 "지나친 승부욕보다는 친목 도모에 의미를 두도록 대회를 이끌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면 부상자도 피할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가 좋아서 하는 대회인 만큼 회사 안에서 일하는 팀에게는 모두 참가 자격을 준다. 심지어 회사와 관련된 외국인들도 참가한다. 중공업 안에 상주하는 외국인만 1600명이 넘고 이들이 만든 FCFC도 강팀 가운데 하나"라고 소개했다.
김 회장은 "축구의 매력은 강하고 거칠면서도 팀의 단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평소 잘 몰랐던 회사 동료들과 축구대회를 통해 안면을 익히고 나면 업무 추진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회사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하기 때문에 사내축구대회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 이제는 함께 어울린다는 사실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고 밝혔다.
축구 자랑도 빼놓치 않았다. 김 회장은 "1부리그에 있는 팀은 회사 밖 어느 사회인 동호회 팀과 붙어도 뒤지지 않을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매년 10월 열리는 결승전 때는 꽹과리와 북은 물론 막대풍선 등 각종 응원도구까지 총동원돼 프로경기 응원 열기를 능가할 것"이라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