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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원의 여기는 남아공] 대표팀 숙소에 걸린 인공기 '태극기'로 바꾼 사연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0-06-01 22:34:34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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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그리스전을 앞두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머물 팩스턴호텔 객실 내부.
지난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팀의 전지훈련이 있은 이후 필자가 학교를 향해 가는 길에 꼭 한 번이라도 눈길을 더 주는 곳이 있다. 우리 대표팀이 머물렀던 팩스턴 호텔이다. 그리스와의 첫 경기를 위해 자랑스러운 우리의 전사들이 또 저곳에서 작전을 점검하고 각오를 다지겠지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다시 여기에 숙박한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호텔 앞에 북한의 인공기가 남아공기와 오스트리아기와 함께 걸려 있지 않은가. 그것을 볼 때마다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인공기가 저곳에 걸려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국제신문의 통신원으로서 의구심을 풀어내야만 하는 책임을 느끼기 시작했고, 이 기회에 우리나라 대표 팀이 묵게 될 숙소 준비 상황까지 점검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숙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호텔 측은 인터뷰 요청을 하기도 전에 단호하게 "노"를 외쳤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여러 번 찾아간 끝에 가까스로 관계자와 접촉을 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호텔 앞에 걸려 있던 인공기.
호텔의 매니저이자 오너인 베르너 페터자일 씨는 먼저 그 먼 한국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다 현재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중이라 했더니 그는 그럼 편하게 독일어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업무 때문에 남아공에 왔다가 20년째 눌러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처음보다 훨씬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대화가 진행됐다.

포트 엘리자베스의 팩스턴호텔은 프로테아 호텔 마린과 함께 FIFA의 공식 숙소로 지정되어 있다. 객실 수는 총 80개로 한국팀은 체류기간 동안 모두 65개를 사용하게 된다. 아프리카 예술품과 소품들로 안락하게 꾸며진 선수들의 방에는 더블 또는 싱글 침대와 TV, 작은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고 화장실과 샤워부스가 딸려 있다. 프리지덴트 스위트와 주니어 스위트 역시 한국 팀을 위해 새롭게 단장을 했다.

마침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그렇게나 궁금하게 여기던 질문을 했다. 호텔 앞에 북한의 인공기가 걸려 있는 특별한 이유에 대해.

이 질문에 베르너 씨는 거래 업체의 착오로 인공기가 배달돼 왔지만 이왕 온 것이라 그냥 걸어놓은 것이라는 궁색한 답변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호탕하게 웃으며 미리 태극기를 걸어놓으면 도로의 먼지에 더러워지니 창고에 보관해두었다고 필자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태극기가 필요하면 구해주겠다고 규격을 가르쳐 달라는 메시지를 남겨 놓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당장 전화로 규격과 재질을 가르쳐주며 그렇게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급한 마음에 대사관과 남아공 한국교민 단체에 전화를 해 빠른 조치를 취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남아공 한인회 임창순 사무총장으로부터 호텔 측에 즉각 조치를 취해 놓았다는 반가운 회신을 받았다. 현장의 세심한 부분까지 미처 확인해 볼 겨를이 없었던 터에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팀이 묵게 될 숙소를 다시 한번 점검해보게 됐다며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정작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곳은 호텔 측인데도 말이다.

넬슨 만델라 대학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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