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그리스를 압도한 경기였다.
지난 12일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B조 조별리그 한국과 그리스전은 태극전사들의 강인함을 전 세계에 알린 쾌거였다. 전반 7분 만에 이정수(가시마)가 기성용(셀틱)의 프리킥을 가볍게 받아 넣으며 앞서 나간 한국은 후반 7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그리스 진영에서 공을 가로챈 뒤 두 명의 수비수를 따돌리며 단독 질주, 골키퍼 마저 속이는 완벽한 골을 만들어내며 대미를 장식했다.
2-0 스코어는 얼핏 보면 큰 차이가 아닌 듯 여겨질 수 있다. 뜻하지 않게 한 번의 기회를 허용하면 골을 먹는 것이 축구인 까닭이다. 표면적인 볼 점유율은 50%대 50%로 같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이날 우리나라는 모두 18개의 슛을 했고, 그 가운데 2개가 적중했다. 반면 그리스는 전·후반을 통틀어 고작 6번의 슈팅에 그쳤다. 유효슈팅 수 역시 7-2로 한국의 압도적인 우세였다.
경기 전 그리스는 프리킥과 코너킥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세트피스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이 좋아 우리 수비진이 애를 먹을 것으로 예상됐다. 허정무 감독이 훈련 중 세트피스에 대비한 연습을 시킨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그리스의 장점이라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리스는 한국보다 5개가 더 많은 11개의 코너킥을 얻고도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프리킥도 14회를 차 12회를 기록한 한국보다 많았지만 이 기회 역시 살리지 못했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다급해진 그리스는 우왕좌왕했다. 우리나라가 오프사이드 반칙이 한차례였던 반면 그리스는 4번이나 범했다. 후반 11분에는 수비수가 경고를 한 차례 받았다. 다만 파울은 한국이 14개를 범해 그리스보다 2개가 많았다.
선수들의 활동량도 한국이 월등했다. 염기훈(수원)과 박지성, 이청용(볼턴), 김정우(광주 상무), 차두리(프라이부르크) 등 다섯 명이 이날 10㎞를 넘게 뛰었다. 특히 염기훈은 11.401㎞로 두 팀 선수 중에도 가장 왕성하게 활약을 했다. 그리스는 두 선수만이 10㎞ 이상 뛴 것으로 집계됐다. 체력 면에서도 태극전사들의 적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